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가운데 유가 고공행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일 현지에서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35달러 상승한 배럴당 44.33달러를 기록해 이틀 만에 다시 44달러 대를 넘어서며 현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고유가 행진과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최근 고유가와 1970년대 오일쇼크의 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현재와 비슷한 유가를 기록했던 79년 2차 석유파동 시기와 비교해보면 석유의존도 감소 등으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번에는 세계석유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연초보다 유가가 30%가량 뛰어 오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으로 유가가 유지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0.75%포인트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지속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성장섧세가 유지됐고, 석유수요가 오히려 증가한 것에 고무 받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두바이 유가 40달러선 정책을 펴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물가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등 악영향이 장기적으로 국내 경기에 충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25년간 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가에 물가상승분과 경제의 석유의존도 등을 반영한 ‘유가영향지수’가 10% 상승할 경우 GDP성장 위축 기간은 7~8개월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월별로 최대 0.5%포인트, 연간 평균 0.25%포인트가량 GDP성장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자 물가의 경우 6~7개월 지속적으로 올라 월간 최대 0.15%포인트까지 상승하고, 수입은 2~4개월 후 월간 4%까지 증가해 무역수지가 2배 이상 악화됐다.
KIEP 박복영 연구위원은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유가수준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2차 석유파동기의 44% 정도 수준"이라면서도 "두바이 유가가 배럴 당 40달러 선에 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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