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현금이 필요해 평소 거래하던 A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은 B씨. 2만원을 인출한 뒤 영수증을 받아 보니 600원의 수수료가 부과돼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단 몇 분 차이로 수수료 600원을 손해 본 것이다.
자동화기기의 영업외 시간 추가 수수료 등 원가와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불합리하게 책정된 은행 수수료 체계가 개선된다. 실질 인하폭이 흡족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은행들의 무분별한 수수료 장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원가 차이는 거의 없지만 과거 관행 등에 의해 차등 부과되고 있는 수수료를 적극 발굴해 이를 폐지 또는 개선하도록 은행들에게 권고,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자동화기기 수수료 할증 시간이 현행 평일 오후 5시~5시30분에서 오후 8시께로 조정된다. 금감원은 "영업 시간과 영업외 시간에 수수료 차이를 현격하게 둘 만큼 원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 기준 시간을 놓고 오후 6시~8시 범위 내에서 은행들과 절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지금은 예금 출금이나 당행(자기은행내) 송금의 경우 영업시간 내에는 수수료가 면제되고, 영업외 시간에는 500~6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우리은행처럼 같은 영업외 시간이라 해도 600원, 700원(오후 10시~0시전), 1,000원(0시~오전6시) 등으로 수수료를 세분화하고 있는 곳도 있다.
자동화기기 타행(다른 은행) 송금 수수료도 건당 200원 안팎 인하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영업시간내 당행 송금은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타행 송금은 금액에 따라 1,000~ 1,500원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은행에서 타은행 타지역 발행 자기앞수표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800~7,000원의 추심 수수료도 폐지하도록 권고됐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수수료 할증 시간이 오후 8시로 늦춰지고 타행 송금 수수료가 200원 가량 인하되면 고객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연간 200억원 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무조건적인 수수료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수수료 절감을 위한 대안상품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ATM만을 이용하거나 일정액의 잔고를 유지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 일정 횟수 이내의 소액 송금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않는 상품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이미 시중 한 은행은 월 평균잔액이 100만원 이상인 고객에 대해서 인터넷뱅킹 폰뱅킹 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 이용 시 월 20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또 은행들에게 청소년 경로우대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수수료 할인 및 면제 제도도 더욱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