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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核보유 선언 한달…7대 궁금증/ 核은 가진듯…운반 미사일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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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核보유 선언 한달…7대 궁금증/ 核은 가진듯…운반 미사일은 '미지수'

입력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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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월 10일 6자 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지 한 달이 흘렀다. 그간 한국 중국 미국 등 회담 당사국들은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북한을 회담장으로 복귀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현 상황은 북미 양측이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은 채 팽팽히 대치하는 교착 국면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폭정의 전초기지' 규정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 대한 해명 없이는 한 발짝도 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의 무조건적인 선(先)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최근들어 뉴욕 채널 등 비공개 방식을 통해서라도 미측의 해명을 듣고 싶다는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2·10 성명 이후 제기됐던 의혹들은 날로 더 증폭돼가는 분위기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는가, 북한은 왜 6자회담을 꺼리는가 등 저간의 궁금증을‘7대 의문점’으로 되짚어봤다.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1. 왜 핵카드 꺼냈나/ 협상력 높이기 위한 전술용

북한은 2·10 성명에서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비슷한 주장을 반복해왔던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최초의 공식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핵 해결 국면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북한은 일단 '핵무기 보유 선언'의 파급력이 다른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된 것은 2차세계대전 말기이지만 그 공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고 각국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새로운 협상국면을 맞아 북한은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변 국가들이 가장 긴장하는 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래식 군사력 증강의 한계에 도달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남북 군사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2. 진짜 핵무기 있나/ 플루토늄 양 감안땐 4~7개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핵무기 1~2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핵물질을 추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1~3개로 추정한다. 이 같은 추정의 근거는 우선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이전에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추출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급 플루토늄이 10~14㎏이라는 점이다. 1개의 핵무기에 대략 5~7㎏의 플루토늄이 사용되고 제조과정에서 손실율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2003년 10월 북한이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선언한 8,000개의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양을 더하면 24~40㎏까지 핵물질 양이 늘어난다. 핵무기 보유 추정 숫자도 4~7개로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핵물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무기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폭장치, 경량화, 발사 및 운반체 능력 등을 감안하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핵물질을 만든 국가 중 실제 사용 가능한 핵무기로 만드는 데 실패한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3. 왜 美와 직접대화 원하나/ 美 경제·중유 지원등 기대

북한은 2·10 성명에서 현행 6자회담의 틀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또 "미국이 적대정책 철회의사를 밝힌다면 회담장에 나가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대화 형식보다는 미국의 북한 현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등 실질적 대화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말과 달리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선호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은 미국만 상대하면서 과거 핵시설에 대한 동결 대가로 중유와 경제지원 등을 얻었다. 현재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프로그램 폐기(CVID)를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으로 세웠지만 북한은 94년과 마찬가지로 현존 핵시설 동결만으로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상황이 재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또 미국만을 상대했을 경우 협상과정에서 거짓말과 엄포, 협박전술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자회담 틀에서는 5대1로 자신들을 압박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게 언짢을 수 있다.

4. 美, 北요구 거부 이유는/ '北에 휘둘리지 않겠다' 의지

미국은 지난 한 달 북한의 요구와 도발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는 골치 아픈 사안이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틀림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내외적 여건으로 볼 때 전략상 우선 순위는 중동지역에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라크전쟁을 수행한 미국은 이제 장기적으로 민주화를 통해 중동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북핵 문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경우 2순위 이하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적 무시에는 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북한이 다급해 하는 만큼 자신들은 느긋한 자세로 대응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뜻이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미국이 아닌 북한 자신이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줌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中 입장은 무엇/ 동북아 핵보유 도미노 우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가 자신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일본 대만의 도미노 핵보유 선언 등 동북아 정세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최대 후원국으로 현재 6자회담의 틀을 만들었던 입장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북한을 다그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 한 달 북한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는 한편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동맹과 미국의 대만 군사무기 판매 강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견제카드로 북한 핵문제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6. 러·日, 6자회담 노림수는/ 입지·영향력 강화 기회로

러시아의 경우 6자회담 참여를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약화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를 회복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 목적을 이해하는 모습과 함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한 입장에 가장 다가선 국가로 평가된다.

결국 북핵과 큰 이해관계가 없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국면이 장기화할 때 중국의 독보적 위치에 대한 견제와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몸값 부풀리기가 가능하다는 계산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한의 실질적 군사위협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북핵 해결을 가장 바라는 국가 중 하나다. 피랍 일본인 문제로 악화한 국내 여론을 무마하고 북일관계를 개선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라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을 바라는 입장이다

7.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은/ 뾰족한 해결책 없어 '답답'

정부는 6자회담 틀에서 평화적 외교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긴밀한 외교행보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제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압박정책은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다만 남북 경제협력과 북핵 문제의 병행 방침을 밝히면서, 대규모 경제협력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정도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자국의 이해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함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이 같은 지지부진한 국면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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