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최대 노조로 끊임없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부산항운노동조합 전 간부와 현 조합원 등이 노조원 채용 및 진급시의 상납 관행 등 조합내부 비리를 폭로했다.
항운노조 전 상임부위원장 이근택(58)씨, 전 연락소장 설만태(47)씨 등 전·현직 조합원 5명은 9일 부산경찰청 기자실에서 ‘항운노조의 민주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폭로했다. 이들은 "항운노조 조합원 채용과정에서 월 평균 50~100명의 신규조합원 가입자들로부터 조직비 명목으로 1인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씩의 돈을 받아 상당액을 현 위원장에게 상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2년 4월 현 위원장의 지시로 조합원들의 작업장을 옮기는 전보 추천권을 통해 부위원장들이 조합원 140명으로부터 21억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상당액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이런 검은 돈이 연간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인당 2,000만원을 노조 간부에게 건넸지만 취업조차 안됐다는 김영수(33), 김정석(47)씨는 "돈이 없으면 채용과 승진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바로 항운노조"라며 "이런 비리가 관행화, 구조화 해 있다"고 말했다. 현 조합원인 엄창용(42)씨는 "조합원 5명의 취업 부탁을 받고 위원장 등 간부에게 현금으로 모두 1억 70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조직부 총무부 홍보부 등에서 연간 10억원의 음성적인 돈이 유용되고 있다"며 "항운노조 복지회관 건설 예산 70억원을 150억원으로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간부들의 잇속만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조합원 단체보험 가입시 뇌물수수, 위원장의 판공비 및 활동비 유용, 위원장 친인척 채용비리 등에 대해서도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노조 집행부로부터 협박에 시달리는 등 신변위협조차 느끼지만 검찰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리되거나 진척이 없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항운노조 집행부 측은 이에 대해 "해임된 전 간부 등이 해고에 불만을 품고 노조를 뒤엎으려는 음해성 쇼에 불과하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1947년 결성된 부산항운노조는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의 전제조건으로 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 체제로 운영돼 채용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며 현재 부두하역노동자 등 9,0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조합원 채용비리를 재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종로)는 이씨 등의 주장에 대해 "현재 사실확인을 진행 중인 것" 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비리와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관련자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수사 착수 이후 달아났던 항운노조 조직부위원장 복모(50)씨를 최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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