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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 머릿속까지 침투한 군산복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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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 머릿속까지 침투한 군산복합체

입력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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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움직인다는 음모이론은 TV 드라마나 영화에 매우 매혹적인 소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거짓일 지 모른다는 호기심과 분노는 야릇한 흥분을 자아낸다. 외계인과 연계된 집단이 모종의 음모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TV시리즈 ‘X 파일’과 비밀리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특수 요원이 고군분투하는 ‘맨 인 블랙’이 큰 인기를 모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962년 존 프랑켄하이머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를 다시 만든 조나단 드미 감독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음모이론에 철저히 바탕을 둔 작품이다. 군산복합업체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부통령감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설정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양들의 침묵’으로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감독의 역량까지 생각한다면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할까. 영화는 종종 혈관을 죄는 화면을 보여주지만 설득력 없는 이야기 때문에 극적 긴박감이 많이 떨어진다.

40여년의 간극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몇 가지 점에서 바뀐 시대상을 반영한다.

원본이 한국전쟁직후를 배경으로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만들어진 데 비해 리메이크작은 걸프전을 배경으로 이라크전쟁와중에 제작되었다. 군산복합업체의 음모를 파헤치는 마르코역이 프랭크 시내트라에서 덴젤 워싱턴으로, 마르코를 돕는 로지역은 자네트 리에서 킴벌리 엘리스로 바뀌었다. 인종문제가 첨예했던 60년대와 달리 이제 기꺼이 흑인배우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변화된 기호를 보여준다. 제목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세뇌 받은 사람, 꼭두각시를 의미한다. 11일 개봉.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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