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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식탁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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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식탁의 빈 자리

입력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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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군에 간 다음, 우리집 4인용 식탁 한자리가 오래도록 비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우리 네 식구 모두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은 적이 한 달에 서너 번도 채 되지 않았다.

아이는 아침 일찍 학교로 갔고, 또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건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저런 일로 아침에도 식구와 따로 식사할 때가 많았고, 저녁에도 그랬다. 네 식구가 함께 식탁에 앉을 기회는 좀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는 누가 빠져도 식탁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비었어도 빈자리가 아닌 것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군대에 가자 전에도 함께 하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그 자리가 표시 나게 커 보이기 시작했다. 수저를 놓을 때 아내는 가끔 돌아서서 눈물을 글썽였다.

엊그제 아이가 휴가를 나왔다. 저녁상을 차리며 아내가 한 움큼의 수저를 들고 식구수대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맞춰놓으며 전에 없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수저 네 쌍을 다 놓으니 오늘 엄마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아."

정말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부엌에서 나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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