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백화점식 수시 세일 체제에 돌입했다. 경쟁 은행의 공세에 맞불을 놓는 장군멍군식 특판 예금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금리 세일이 수시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여러 상품에 동시 가입할 경우 우대해주는 ‘패키지 세일’도 등장했다. 수시 세일을 위해서는 평상시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사정을 모르는 어리숙한 고객은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8일 현재 묶음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은 우리 한국씨티 국민 등이다. 국민은행은 7일부터 주가지수나 골드지수 연동 상품인 ‘KB리더스정기예금’ 가입 고객이 ‘국민수퍼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1년제로 가입할 경우, 최고 0.3~0.6%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3월말까지 가입 고객에겐 최고 연 4.10~4.15%의 금리가 적용된다.
한국씨티은행은 7일부터 4월29일까지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행사 중 하나로 연 4.25%의 금리를 지급하는 1년 만기 CD를 한시 판매한다. 1월 중순부터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4.20% 금리의 상품을 판매한데 이어 0.05%포인트 추가금리 혜택을 얹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2일부터 15일까지 총 6,000억원 한도로 연 4.5%짜리 정기예금 특판에 들어갔다. 주가 상승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상품과 정기예금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가입할 경우 정기예금에 은행권 최대인 연 4.5% 금리를 적용한다.
주요 은행들이 금리 세일에 들어가자 타 은행들도 다시 특판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경쟁 은행이 불을 지를 때 같이 맞불을 놓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외면 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특판(특별 판매)’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은행권 수시 특판 경쟁이 촉발된 것은 지난해 10월 국민은행이 연 4.0% 금리로 2조원을 흡수한데 이어 11월 한국씨티은행이 통합 기념으로 최고 연 4.6%짜리 고금리 특판을 선보인 이후부터다. 이어 하나 신한 제일은행 등까지 가세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고금리 특판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이처럼 본말이 전도돼 특판 금리가 정상 금리처럼 받아들여지다 보니, 평상시 금리는 적정 금리 수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재 연 3.4~3.5% 수준인 은행권 1년제 정기예금 금리와 특판 금리의 차이가 적게는 0.5%포인트에서 많게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기준 금리는 최저 수준으로 낮춰놓고 특판 금리나 전결 금리 등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추세"라며 "금리의 투명성이 예전에 비해 많이 훼손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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