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에 오르는 일을 별로 내켜 하지 않는다. 폐가 약한 탓인지 산에 오를 때 가슴이 막히는 그 답답함을 참아내는 일도 힘들고, 올라가는 길에 겪게 될 자신과의 싸움에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요사이 건강을 특별히 챙기는 나이든 세대들이 등산을 많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얼마 전부터 학교 뒷산을 몇 번 오르면서 등산에 은근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먼저 처음 등산을 할 때 겪었던 힘들었던 경험들이 산에 오르는 결심을 하는데 큰 방해거리였다. 정상을 밟는 일은 둘째 치고, 어느 곳에서 되돌아 내려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때도 많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심장이 터질 듯한 그 힘든 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 잠시 바위 위에 걸터앉아 강화도의 바닷가를 바라볼 때면, 어느새 힘들게 올라온 일은 다 잊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머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자신과의 적당한 타협을 물리치고 산 정상에 섰을 때의 기분은 산을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은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강화의 대지를 내려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결국 인생도 이런 것이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삶의 진리를 찾는 일도 포기하고 절망하는 순간에도,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 그래도 내가 현실을 긍정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겠지"라고 말이다. 그것은 등산이 내게 가르쳐준 인생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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