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기업인이 2003년 이후 김우중(70·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는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보도 이후 김 전 회장의 근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리베라시옹의 보도는 사실 무근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정치권과 재계에서 제기돼 온 사면·귀국설 등과 맞물려 새삼 그의 행적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국내 측근은 8일 "김 전 회장은 1999년 출국한 이후 한번도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며 "로%E르 그룹 회장이 국내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난 시점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지인을 통해 간접 확인한 결과 로르 회장이 '착각한 것 같다'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해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파문이 커지자 로르 회장은 8일 돌연 "기자의 오해가 있었다"면서 "김 회장을 서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났다"고 '서울 회동설'을 부인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의 프랑스 여권이나 한국 여권은 물론 김씨 성을 가진 사람 가운데 프랑스에서 입국한 사람을 모두 검색해봤지만 김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없었다"며 김 전 회장의 입국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이 위조여권으로 들어올 수야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99년 10월 출국한 김 전 회장은 2001년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9조2,000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됐다. 그는 87년 가족과 함께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와 중국, 동남아 등지를 주로 오가며 후배나 지인들을 만나고 가끔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업체가 7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사업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재중동포 출신인 조남기 전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 유력인사와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 측근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올해 설날에도 태국에서 체류했으며 중국에 있던 일부 지인들이 김 전 회장을 찾아가 설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오랜 해외 생활과 고령으로 건강이 나빠져 최근에는 건강관리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라고 측근은 전했다. 그는 "사면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위해 대우 출신들이 움직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에는 연세대 교수와 동문들을 중심으로 복권 준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전 회장이 전 정권 때 기소중지된데다 최근 들어 대우종합기계, 대우조선, 대우건설 등 옛 대우 계열사들이 알짜 회사들로 탈바꿈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김영화기자 ya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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