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붓을 꺾다니요. 정파적 글쓰기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뿐인데…."
전북대 강준만(신문방송학·49) 교수는 올해 1월17일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이른바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 절대다수의 생각과 충돌할 땐, 나의 ‘퇴출’ 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1997년 1월 ‘출판의 언론화’를 기치로 창간한 계간지 ‘인물과 사상’을 통권 33권으로 마감했다.
칼럼니스트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이제 "촌철살인의 정치칼럼보다는 ‘문화칼럼’을 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글을 끝으로 한국일보 칼럼 ‘강준만의 쓴소리’를 접은 지 꼭 1년 만이다. 그는 당시 ‘대화불능의 상태와 중간파의 입지 부재’를 성토하며 "자성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당분간 쉬겠다"는 뜻을 독자에게 전했다.
돌아온 논객은 이번엔 날 벼린 창이 아니라 넓은 방패로 무장했다. "개인적으로 이전 글은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당파적으로 양쪽이 싸울 때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둘 다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퇴출 시킨 겁니다." 강씨는 앞으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이론으로 차분하게 설명함으로써 이해와 수긍의 폭을 넓히는 글을 쓰겠노라고 했다. 그는 "적극적 개입, 전투적 글쓰기가 아니라 이론적, 심층적, 구조적인 글쓰기, 즉 거리두기"라고 부연 설명하면서 "아마 독자들이 (예전처럼) 시원하다는 카타르시스는 느끼기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일보에 글쓰기를 계속하는 데 대해 그는 "인연도 있을 뿐더러, ‘중간파’ 신문으로 장래성이 충분하다고 본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집에서 학교까지 매일 2시간씩 걸어 출근한다. 사색도 하고 건강도 지키는 방법이다. 그는 새로운 글쓰기가 나이 탓은 아니라고 했다. "전투적으로 글을 쓰던 제 정열은 예전에나 통했죠. 지금은 오히려 정열의 과잉 시대 아닙니까. 차분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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