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상근부회장 조차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강신호 회장은 지난달 28일 물러난 현명관 부회장 후임에 LG와 현대차 인사 중 한 명을 영입하려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차선책으로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반응은 미온적이다.
그 동안 전경련이 삼경련(삼성+전경련)이라는 비판을 들은 것과 관련, LG 고위관계자는 "LG 출신이 들어가도 똑같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재계 단합을 모색하려던 ‘강신호 2기 체제’는 출발부터 대그룹들의 무관심만 확인한 셈이다.
강 회장은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LG측이 추천한 전직 고위 관료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전경련에 몸담을 경우 관계(官界)로의 ‘컴백’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관료 출신 영입은 재계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대정부 관계를 개선하고 특정 그룹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재계를 결집하거나 정부와 맞서는 데는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이규황 전무 같은 내부 인사나 중견그룹이라도 재계 출신이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관료 출신의 전경련 부회장은 최창락(1990년) 전 동력자원부 장관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10일 강신호 회장 재선임 이후 처음 열리는 월례 회장단 회의에 삼성 이건희 회장과 새로 회장단에 합류한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하기로 해 위상추락에 직면한 전경련에 힘을 실어줄 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 구조적으로 전경련의 ‘화려한 날’은 갔으며 이젠 재계의 싱크탱크로 위상을 재정립하는 하는 등의 변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