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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발뺌 못하게 할 위안부 명부/ 정부書庫에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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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발뺌 못하게 할 위안부 명부/ 정부書庫에 잠자고 있다

입력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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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소장한 유일한 일본군대 위안부 신상자료가 12년간 방치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자료는 일본 정부에서 넘겨받을 때부터 이름과 주소가 삭제돼 본인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문서훼손 경위 파악이나 원본회수 노력을 하지 않았다.

8일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1993년 10월 한국 외무부에 강제징용자명단을 넘겨주면서 ‘부로명표( ·포로명부)’라는 제목의 자료 사본도 함께 내놓았다. 이 명부는 태평양전쟁 말기 동남아 주둔 연합군에게 붙잡힌 6,942명의 한국인 포로들에 대해 연합군 측이 심문을 통해 작성한 개인 신상자료로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명부에는 ‘위안부(Comfort girl· Comfort unit)’로 직업군이 분류된 11명의 신상 카드가 포함돼 있다. 정부가 확보한 유일한 군 위안부 신상자료여서 사료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문서였다. 당시 외무부는 이 명부를 국가기록원에 넘겨 보관토록 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은 이 명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해 정부 위안부 관련 부처들에 홍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는 명부를 국가기록원에 넘긴 외교통상부는 물론, 군 위안부를 판정하는 여성부도 이 명부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기록원이 2003년 3월 전산화작업을 하면서 "개인정보가 상세히 기재돼 있어 일반인이 열람할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명부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본인과 유족에게는 열람이 허용되지만 위안부 자료는 이름과 주소가 지워진 상태라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국가 기관들의 무관심과 섣부른 비공개 결정 때문에 직접적인 기록을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군 위안부의 판정은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와는 달리 여성부가 본인 증언과 주변 진술에 의존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김복동(79) 박영심(83) 할머니 정도가 일본군속명부 등 간접 자료를 통해서 강제연행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이 명부에는 이름 성별 키 체중 등 전반적인 개인 신상뿐 아니라 포로로 체포된 장소와 체포 당시 신분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그러나 위안부로 분류된 자료는 일본 정부에서 넘겨받을 때부터 이름과 주소가 삭제돼 있어 본인 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민간 연구진이 미 연방정부 기록보존소에서 확보한 비슷한 종류의 위안부 관련 자료가 온전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 측이 군 위안부 존재를 은폐하고 보상문제를 피하기 위해 자료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명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대협 관계자는 "일본에 요청해 어렵사리 받은 주요 자료를, 그것도 훼손된 채 10여년간 방치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기록원은 이에 대해 "전체 명부를 비공개로 하다 보니 위안부 명부에 대해 따로 공개 여부를 심의하지 않았다"며 "관계기관이나 연구진이 공개를 요청할 경우에는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부도 이 명부에 대한 진상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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