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매입·매각 과정의 불법·편법 의혹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의혹의 진상과 별개로 공직자의 자세와 우리 사회의 도덕성 기준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대목이 많다.
사실 지난달 하순 이 부총리의 재산이 부동산 매각으로 최근 6년간 65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고 이어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수행할 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본인이 공개석상에서 20여년 전 땅 매입과정의 편법은 인정하면서도 투기 의도를 완강히 부인한 데다 청와대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여론의 이해를 구한 까닭에 파문이 사그라지는 듯 했다. 본인이 자리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외환위기 타개 때 보여 준 리더십이 최근의 경제 회복기조를 굳건히 하는데 필요하다는 국내외의 시선도 일조했다.
그러나 본인의 해명과 달리 부동산 매각과정에서 편법절세, 내부정보 이용, 매매계약서 위조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이 꼬리를 물었고, 이로 인해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이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 점에서 본인이 사퇴 발표문에서 매각 과정의 편법·탈법 의혹을 재차 일축하고 모든 것을 ‘부덕의 소치’로 돌려버린 것은 유감이다.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친 그의 잣대로는 전혀 하자가 없다고 해도 자신의 해명이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판단을 되돌아보는 게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일로 노 대통령의 이른바 실용주의 노선 혹은 인사라는 것도 크게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경제를 앞세운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의 단순 논리가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마저 뒤흔들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은 대가 못지않은 교훈이다. 정부는 이를 거울삼아 경제부총리 인선을 서둘러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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