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 말 개화파 김옥균(金玉均·1851~1894)이 지은 시를 유길준(兪吉濬·1856~1914)이 쓴 100년 전의 희귀 시화첩이 7일 공개됐다. ‘계(鷄)’라는 제목의 이 시는 김옥균이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에 망명, 도쿄(東京)만의 오가사와라(小笠原) 섬에 머물고 있던 1886~1887년께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닭을 주제로 유길준 외에 박영효 유세남 김응원과 한 일본인이 쓴 글과 5명의 일본인 화가가 그린 채색화 5점이 들어 있는 이 시화첩은 세로30㎝ 가로 42㎝의 10쪽으로 구성돼 있다. 유길준이 행서체로 쓴 시 ‘계’는 김옥균이 기르던 닭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자신을 따르다 배신한 개화당 인물들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병아리 십여 마리를 얻어 길렀더니/때로 이유없이 다투는구나/몇 번 홰치는 소리를 내다가 멈춰 서서/면면히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다 문득 그치는구나.’ '옛 친구 고균 김옥균 시랑이 오가사와라 섬에 있을 때 지은 양계시를 적는다. 구당거사 유길준>
30여년 전 이 시화첩을 수집, 닭의 해를 맞아 공개한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은 "김옥균과 가까웠던 한국과 일본의 지인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8 1890년에서 1897년 사이에 글과 그림을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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