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대통령학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잘못된 판단 하나로 전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세계의 대통령인 만큼 성장과정, 성격 등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중 대표적인 것이 바버라는 학자가 만든 대통령 유형이다. 그는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그리고 에너지가 넘쳐 적극적이냐 아니면 소극적이냐는 것을 결합해 네 가지 유형을 만들었다. 물론 이중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케네디처럼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유형이다.
문제는 최악의 유형인데 그것은 상상하듯이 가장 바람직한 유형의 정반대인,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대통령은 소극적이기 때문에 최소한 사고는 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는 오히려 부정적이면서 적극적인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일 저지르는 유형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접하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유형론이다. 바버의 유형론을 응용하면, 고위 공직자들은 도덕적이냐, 아니면 도덕성에 흠집이 있느냐는 도덕성과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도덕성과 능력이라는 두 기준을 결합시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중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도덕성도 있고 능력도 있는 공직자이다.
그러나 이 부총리의 경우 능력은 있는지 몰라도 도덕성은 이번 일로 심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신임을 표명했고 이 부총리 자신이 직접 해명을 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그 결과 시민단체들과 한나라당은 계속 퇴진을 주장했고 민주노동당은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나아가 열린 우리당 내에서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 부총리는 결국 어제 사표를 제출해 경질됐다.
이 부총리를 옹호할 때 청와대의 입장은 이 부총리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더라도 그의 능력이 이를 훨씬 보상하고도 남을 득을 우리에게 주고 있고 앞으로도 줄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어렵게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별 것이 아닌 문제로 이 부총리를 교체해 생겨날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다소 도덕적 흠집이 있더라도 이 부총리를 유임해 경제를 살려서 수많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판단이다.
유형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능력이 없는 부총리보다 도덕적 흠집이 다소 있더라도 능력 있는 부총리가 더 나은 것이라는 논리다. 나름대로 논리도 있고,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를 그대로 덮어둘 경우 앞으로 있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국민들이 가질 냉소주의와 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도덕성 문제는 일단 젖혀 놓더라도 경제총사령관이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노 대통령의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냐는 시민단체들의 반론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논쟁을 떠나서 이 부총리를 감쌌던 청와대의 태도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사 청와대의 논리를 이해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대한민국의 경제관료 중에 능력도 있으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부총리 감이 이 부총리 하나뿐이냐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청와대가 이 부총리를 감쌌던 이유가 이부총리의 능력 그 자체보다도 이 부총리의 교체가 반(反)시장적 메시지를 경제에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쓸데없는 기우이다. 이부총리의 후임으로 이부총리처럼 성장과 시장을 중시하고 친기업적인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면 됐던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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