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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늦게 퇴근·회사에 올인하는 직원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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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늦게 퇴근·회사에 올인하는 직원은 NO"

입력
200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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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말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은 LG그룹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LG생활건강을 좀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차 사장은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채 "영광입니다"라는 한마디로 제의를 수락했다. 연봉 액수는 첫 출근 후에야 알았다. "LG의 정도경영과 인재중심주의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는게 그가 말하는 LG행의 이유였다.

LG생활건강 사장 부임후 차 사장은 조직에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7일 오전 차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전화로 전국 간부회의(컨퍼런스콜)를 가졌다. 예전 같으면 지방 간부들이 상경을 해야 했겠지만 이젠 전화로 30분 만에 회의를 끝낸다. 주1회 반나절이나 잡아먹던 임원회의도 격주 1시간으로 줄였다.

모두가 "회의 오래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는 차 사장의 지론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차 사장은 "나의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자하지 마라. 50%는 자기계발에 투자하라" "일찍 퇴근하라" "불필요한 회의는 하지 말라. 차라리 명상을 해라"는 등 파격적인 지시로 기존의 고정관념과 관행을 깨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드문 비 LG 출신인 차 사장은 사실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1,000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 이익률이 LG전자보다 높았던(10.4%)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매출과 이익이 감소, 지난해에는 매출(9,526억원, -9.9%)과 영업이익(544억원, -21.6%)이 크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고들 했다. 그러나 차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가게를 8곳이나 들러서라도 반드시 사고 싶은 제품이 있지요? 일단 그런 브랜드로 인식되면 팔립니다. 방문판매냐 전문점이냐 하는 유통 경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 사장은 "LG생활건강 제품 이름 10개만 대면 사원으로 뽑아주겠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드물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알고, 써본 뒤, 재구매 해야 하는데 인지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이 ‘브랜드 강화’다.

그이 브랜드 강화 원칙은 ‘different, better, special’’, 즉 수많은 제품 사이에서 튀고, 품질이 좋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하며, 고객이 특별히 찾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 많이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는 차 사장의 지시는 소비자가 주주나 유통업체보다 우선이라는 ‘소비자 지향’을 겨냥한 것이다. 회의할 시간에 고객의 요구를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 피곤하게 야근하느니 쉬면서 재충전하라는 뜻이다.

차 사장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조직 내부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직원들은 ‘칼 퇴근’에 익숙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한 제품’을 고안해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가수 비, 탤런트 고현정을 모델로 쓰고 화장품 마케팅 비용도 지난해보다 100억원 늘리는 한편 방문판매사원도 1,000명을 증원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MBA로 미국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도 있는 차 사장은 P&G 미국 본사에 입사했다가 한국으로 발령받은 뒤 1998년 P&G가 인수한 쌍용제지㈜ 사장, 99년 한국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주) 사장을 거쳤다.

"요즘 주력해야 할 브랜드와 접어야 할 브랜드를 고르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냉정해야죠. 그리고 선택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특별히 다가가도록 할 겁니다. P&G가 160년 역사 동안 지금과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듯이 LG생활건강도 제 재임기간을 넘어 장기간에 걸쳐 뭔가 이뤄낼 겁니다. 매출과 수익은 그 부산물이죠."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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