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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한국인 해양진출사 연구 손상하 대사 "한국인은 해양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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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한국인 해양진출사 연구 손상하 대사 "한국인은 해양민족"

입력
200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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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도 아닌 외교관이 뭘 알겠습니까. 그저 좋아하는 박물관 나들이하다 우연히 발견한 건데요, 뭐. 검증도 해봐야 하구요, 허허."

외교통상부 손상하(59·외시 4기) 본부대사가 한참을 겸연쩍어 하다 사진 한 장과 한자가 적힌 메모지를 내밀었다. 아랍어 비문 사진에 한문 설명이 적힌 메모지였다. ‘(비석의) 주인은 고려인 자마단, 원 지정9년, 광시에서 광저우로 와 병사 후 청진(이슬람의 중국 표기) 선현 곁에 묻혔다.(主人刺馬丹, 高麗人, 原至正9年(1349), 專程從廣西來廣州朝觀淸眞先賢墓, 病逝後, 安葬在先賢墓旁)’

"벌써 3년 전이죠. 중국 광저우에 있는 진해루 박물관에 들렀는데 아랍어로 음각된 비석하나가 눈에 들어옵디다. ‘최초의 한국인 이슬람교도일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그의 이름 ‘자마단’에 모하메드‘모’자의 차음 한자 ‘마(馬)’가 들어있는 것, 선현(이슬람 지도자) 곁에 묻혔다는 것은 그의 신앙이 독실했다는 증거죠."

불현듯 10여년 전(1992년)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시절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중동 붐이 한창이던 당시 현지 직원 한명이 "내 조상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 "조상이 한국에서 건너와 부족간 전투에서 공을 세운 전사이며 그 곳에 정착해 ‘알 리운’이란 마을을 건설했다는 겁니다." 아랍어 ‘알’은 관사, ‘리운’은 ‘윤’으로 읽히니 그 한국인은 윤씨라는 가설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유목 민족이라 남은 기록이 없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고려인 무슬림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다시 그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 났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그렇지 고대엔 수많은 장보고가 있었습니다. 어부, 유랑농민 등이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나갔죠. 농본을 표방했지만 사실 우린 해양 민족입니다."

손 대사는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선조들이 헤쳐나갔을 해상 실크로드를 설명했다. "광저우나 양저우에 모인 신라인들이 그곳에 ‘아랍촌’을 형성하고 있던 아랍인과 교류한건 당연한 일입니다. 장사를 위해 직접 아랍으로 건너가기도 했겠죠. 우리 역사를 한반도로만 축소하면 안됩니다."

한양대학교 이희수(문화인류학) 교수는 "자마단 비문은 85년 처음 발견됐으나 워낙 우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적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전공자도 아닌 직업 외교관이 그 분야에 그 정도의 식견을 갖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손 대사가 얘기한 알 리운 마을도 학계에서 관심을 갖고 95년부터 2차례 현지조사를 했지만 개연성 정도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손 대사는 앞으로 틈나는 대로 ‘고대 한국인의 해외진출’ 연구에 본격적으로 매달려볼 생각이다. 최근엔 ‘등소평 사상과 21세기 중국의 전략(유스북)’이란 번역서도 냈다. 그는 "의천 대사가 항저우에 창건한 ‘고려사’ 터에 지금 일본의 고급호텔이 들어섰다"면서 "우리가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해외에 산재해있는 우리의 소중한 유물이 사라지고 있는 지조차 모른다"고 안타까워 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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