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쇼크’가 잘 나가던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7일 종합주가지수는 전 주말 미 증시 급등의 영향으로 1,025포인트까지 오르며 강세로 출발했지만, 이 부총리가 본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임을 표명하자 장중 1,000포인트 아래로 급락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한 외국인들이 현·선물에서 동시에 순매도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매물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장 막판 외국인들이 순매도 규모를 줄이면서 지난 주말보다 5.46포인트(0.54%) 떨어진 1,007.50포인트로 마감했지만, 장 초반 고점에 비하면 18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이다. 연초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코스닥시장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듯 지난 주말보다 6.58포인트(1.31%)나 떨어지면서 오랜만에 회복했던 500선을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이 부총리의 사임이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 기조에 불확실성을 높인데다, 적극 추진 중이던 건설경기 및 벤처 활성화 대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부총리는 상대적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고 종합투자계획과 벤처 활성화 정책 등을 발표하며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증시에서 환영 받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 대우 벽산건설 등이 3~4% 하락하는 등 종합투자계획의 수혜주로 꼽히던 건설주가 2% 가까이 떨어졌다. 또 벤처 활성화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코스닥의 창투주도 직격탄을 맞아 한국기술투자 KTB네트워크 우리기술투자 한미창투 등이 6~8% 가량 급락했다.
씨티증권 유동원 이사는 "정부 정책이 실제 이상으로 경기 부양적이고 시장 친화적으로 해석돼온 것은 상당 부분 이 부총리의 이미지 때문이었다"면서 "이 부총리의 후임자가 성장보다는 개혁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노무현 정권이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책 수장을 잃은 것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사임은 ‘어차피 거쳐야 할 조정의 빌미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이날 주가하락에는 이 부총리의 사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미 3개월 전부터 환율 유가 등이 계속 악화해왔다는 사실이 더 큰 이유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도 "이헌재 쇼크는 조정 받을 타이밍에 나온 악재에 불과하다"며 "국제유가의 급등과 원화 절상,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 1분기 기업 실적 등 1,000포인트에 가려졌던 악재들이 주가 하락의 더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이 부총리가 시장 친화적인 면에서 상징적 인물이긴 하지만, 이번 일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주기자 pa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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