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쏟아지는 '여성1호'… "얼굴마담은 NO"
여성의 세기다. 여성 지위의 법적 평등을 이끌어낸 호주제 폐지, 각계 각층에서의 여성의 괄목할 만한 약진과 ‘여성 1호’ 의 등장은 여성이 우리 사회의 확실한 절반임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일보는 세계여성의 날 97주년, 한국여성대회 21주년인 8일을 맞아 여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만난 오늘날 한국 여성의 생생한 모습과 고민을 방담 형식의 특집으로 꾸몄다.
사회 : 최근 정부 고위직에 여성진출자가 많아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박수를 치다가도 한편 '아니 재정경제부에 여태 여성 과장급 하나 없었어?' 싶을 때가 있습니다. 최근의 활발한 여성 1호 등장을 보는 시각이 꽤 다양할 것 같습니다.
_사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쁠 것 같은데 상당한 심적 부담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요. 실력보다 ‘정책적 배려’ 때문에 됐다거나 '얼굴마담 아니냐'는 주변의 오해 때문이죠. 제가 아는 한 법조인은 '떠들썩하게 와서 떠들썩하게 물러나는 것 아닌가 두려웠다'는 말을 하더군요.
_고위직이 적은 건 시대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금 하위직에선 여성파워가 강해지고 있지만 과거엔 여성의 사회진출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에 고위직 세대의 여성 공백현상현상이 빚어진 거죠. 몇 년 전만 해도 사회적으로도 여성 고위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였고, 그 여파가 지금도 '여성 1호, 최초의 여성' 등의 화제를 만들어내는 거죠.
_수적으로도 사실 여성 고위직이 만들어지기 힘든 구조였지요. 제가 만난 한 여성연구원은 ‘어떤 조직이든 여성이 정책결정에 참가하려면 최소한 세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세 명 이상은 되어야 반응을 이끌어내고 힘을 실어주면서 정책으로 입안이 되고 당연히 그 여성이 승진 기회를 잡는다는 거죠. 이런 면에서 고위직이든 하위직이든 양적인 증가가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 그러나 공직사회가 아닌 일반 직장에서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상당히 드뭅니다. 여성이 조직 내 리더가 되기 어려운 사회·제도적 문제는 뭐라고 느낍니까.
_밤의 문화, 학연·지연 하다못해 군대연까지 이어지는 남성들만의 네트워킹은 많이 힘을 잃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거나 보조적인 부류로 취급하는 남성적 조직문화는 존재합니다. 제가 아는 금융회사 14년차 여성 과장은 일반회사에서 여직원은 남성동료의 보조자 같은 일로 시작하고 독립적이고 책임있는 일을 맡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엔 지치고 자포자기에 빠진다고 말하더군요. 공교롭게도 이런 시점이 결혼과 육아 시점과 맞물리면서 중도 포기자가 늘어난다는 거죠. 아니면 욕 먹지 않을 정도만 일하거나.
_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가사나 자녀교육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여성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이기 힘든 이유죠.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건 워킹맘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학교 급식과 청소에 왜 학부모가 직접 가야합니까. 또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집에 가서는 밤새워 자녀의 공부를 돌봐줘야 해요. 그래서 ‘여성의 출세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또는 친척들의 피와 땀을 먹고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사회 : 취재 현장에서 만난 성공한 여성들의 장점과 경쟁력, 그 반대인 여성들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_가장 큰 건 전문성인 것 같아요. 최근 20, 30대 여성들은 과거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 남성’ 노릇을 했던 40, 50대와는 좀 달라요. 이들은 가정과 일 모두에 중립을 지키려 하고 자신의 여성스러움도 자랑스럽게 내비치거든요. 예?A?들면 청와대 과학기술정보통신 보좌관 박기영씨는 말투는 정말 여성스러운데 워낙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 남성들이 꼼짝 못해요. 술자리에서 새로운 폭탄주 제조법을 선보이며 뻐기는 것보다 훨씬 위협적이죠. 과학기술부 첫 여성국장인 김정희 박사도 의대에서 쌓은 전문기술에 과학재단에서 쌓은 경영능력 등을 갖췄어요.
_강금실 전 법무장관 류의 여성적 리더십도 장점이지요. 이들의 장점은 남성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면서 여성적 친화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한다는 거예요. 이성남 금융통화위원은 금융감독원 검사총괄실장 재직 시절 당시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보고하러 들어가면서 ‘굿모닝 서(Sir)’라고 인사했대요. 상사를 어려워하지 않고 옆집 오빠 대하듯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 때문에 이 위원이 참석하는 회의는 항상 화기애애했답니다.
_정당을 취재하다 보면 여성 의원들이 여기자를 무조건 ‘자기 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자가 여자 도와야지 누가 돕냐’ 식의 막무가내 논리인데 이럴 때 상당히 불편하죠. 아직도 성을 기준으로 네 편, 내 편을 따진다는 것은 우습잖아요. 또 ‘내가 여성으로서 배지까지 달았으면 됐으니 이 자리나 지키자’며 만사보신주의로 일관하는 여의원들을 보면 안타깝죠.
_여자들이 자기 PR에 약하고 네트워킹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이 문제죠.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실 네트워킹이 중요한데 여성은 지위보다 일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일반 직장보다 법조계나 과학계 같은 전문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이런 경향 때문인 것 같아요.
사회: 얼마 전에 한 대학에서 남편이 같은 대학 교수라고 여교수를 임용에서 배제한 일이 있었지요. 결혼과 직장에서의 성공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일까요.
_딜레마입니다. 결혼하면 부업하러 온 아줌마로 낮춰보는 시각이 있고, 싱글이면 뭔가 문제가 있는 여자 취급받기 십상이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경우 ‘아이도 안 낳아 본 여성이라는 사실이 핸디캡’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니까요.
_솔직히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여성의 경우 가정생활에 소홀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제가 아는 잘 나가는 홈쇼핑 쇼호스트는 종종 냄비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남성들이 가사분담을 많이 하는 시대라고는 해도 아직도 ‘성공한 그녀, 알고보니 싱글이더라’가 대부분이죠.
_그런데 제가 만난 소위 ‘잘 나가는 여성’들은 대개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웠덟던 %것이 인상적이에요. 전업주부가 챙기는 가정보다는 여러 면에서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인식시키고 가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낸 경우가 많더군요. 성공은 개인적인 능력과 의지가 중요하지만 가족, 특히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가 중요하죠.
사회·정리=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슈퍼우먼?
#1 = 미혼 직장여성 송모(29)씨는 독신주의자가 아니면서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주춤한다. 고연봉의 팀장급으로 직장을 옮겨 야근도 마다않고 일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자연히 남자 만날 시간조차 내기 어렵다. 일찍 퇴근이라도 할라치면 "팀장이 먼저가네"라는 부하직원의 눈치가 화살처럼 등에 꽂8힌다. 그래도 한번쯤 어렵게 짬을 내 남자를 만나면 열 살이나 많은 상대가"나이가 참 많으시네요"라며 가슴을 후벼 판다. "결혼해도 직장은 그만두지 않을 거죠?" "아이를 낳으면 친정부모님이 키워주시는 거죠?"라고 묻는 남자들을 보면서 송씨는 커피맛이 쓰다고 느낀다. 송씨는 "아이 없이 살자면 모를까 아무래도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생각응?들어 결혼이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2 =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편인 나모(37)씨는 아무리 승진을 하고 봉급이 올라도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6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회사를 차린 남편은 생활비를 가져오기는커녕 급할 때마다 나씨에게 손을 벌린다. 집안에 크고 작은 돈 들어갈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과 시부모는 나씨 얼굴만 바라본다. 맞벌이할 땐 그래도 육아와 가사를 도왔던 남편은 사업이 바쁘다며 그마저도 무심하다.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이미지 뒤편에서 나씨는 "누구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하나"라는 자조감에 빠진다. "그래도 아버지는 보살피고 받들어 주는 ‘마누라’라도 있었잖아"라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2003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9%로 전체 여성의 절반이 일을 갖고 있다. 미혼 남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 51.7%와 50.7%로 큰 차이가 없고, 대졸 여성은 61.6%나 된다.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여성 합격자는 1999년 13%에서 2003년 40%로 급증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이처럼 일반화하면서 진출을 가로막던 장벽과는 또 다른 생활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다. 평등의식이 높아진 남성들은 가사를 잘 돕기도 하지만 ‘돈도 잘 벌고 애도 잘 키우는’ 슈퍼우먼을 아내에게 기대하곤 한다. 남성 7,103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결혼 후 여자가 계속 직장생활을 하기를’ 원했고 77%는 ‘용모가 떨어져도 돈 많고 능력 있는 여성이 좋다’고 말했다. 여성 스스로도 평생 직업과 성공을 중시하면서 아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 경제권을 확보한 여성은 이혼도 쉽게 한다.
비단 여성에게만 지워진 짐이라기보다 남녀가 함께 풀어야 할 가족과 사회의 문제다. 이제 남녀 역할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희원 기자
■ ‘부양책임 덜해 일 못한다’편견많아
성매매 특별법 시행부터 호주제 폐지까지, 최근 반 년은 여성계의 숙원이 사회적 논란이 된 기간이었다. 한쪽에서는 양성평등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환호가 일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족해체와 사회불안을 야기시켰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여기자 네 명이 남녀가 얽힌 논쟁적 이슈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남자의 성욕은 다스릴 수 없는 것인가
김희원 : 먼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얘기하죠. 한 가지 궁금한 게, 특별법의 궁극적 목표가 성매매를 근절하는 건가요? 비현실적으로 들리는데….
최진주 : 근절은 불가능하고요,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인식을 바꾸는 게 목표라고 봐요. 법이 시행되기 1년 전 설문조사를 보면 남성들이 성구매 후 죄의식을 느꼈다는 비중이 17.4%밖에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특별법 이후 남자들, 어떤 이유에서건 조심하잖아요.
박선영 : 특별법에 대해서 일부 언론이 ‘역사적으로 쭉 있어 왔다’ ‘실효성이 없다’ ‘경제가 나빠진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느낌을 주었죠. 그런데 살인이나 강도가 역사적으로 있어 왔다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나요? 아무리 형벌을 강력하게 가해도 이런 범죄가 근절됐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그래도 그 이유로 살인이나 강도를 내버려둬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성희: 특별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데는 남성의 성욕은 조절할 수 없는, 사서라도 해소해야 하는 어떤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거죠. 그러나 성인이 자기 성욕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차라리 남편이 다른 여성이랑 사랑에 빠져서 하룻밤 잤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돈 주고 여자를 샀다는 건 이해 못하겠다고요.
김 : 하지만 사회에 연예인 누드나 포르노가 넘칠 정도로 사람의 몸과 성이 이미 상품화한 마당에 섹스만은 사고 팔면 안 된다는 전제에 이의를 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 : 누드나 포르노는 이미지이지만 성을 산다는 것은 상대방을 인격체가 아닌 욕구 해결용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다르죠.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거든요. 사실 남자들만의 잘못은 아닌 게, 어렸을 때부터 남녀 모두 ‘남자는 짐승’이라고 교육을 받으니까요. 어쩌면 남자도 그러한 사회와 문화의 피해자일지도 몰라요.
징병제, 국가가 남성의 분노를 여성에게 향하게 한다
이 : 호주제 폐지가 남성들 일부에서는 여성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고있는 것 같아요. 호주제 폐지 관련 기사에 ‘그렇게 평등 좋아하니 이제 여자도 군대 가라’ 는 식의 답글이 달렸더군요.
박 : 저도 얼마 전에 당했어요. 제가 ‘대학 졸업식 여풍당당’ 이라는 기사를 썼는데 그리 민감한 주제가 아닌 화제성이었는데도 "박선영 이X’ ‘이거 쓴 기자 어떻게 생겼을지 알 만하다’ 라는 댓글이 올라오더라고요.
최 : 사실 군대 문제는 남성들에겐 굉장히 민감한 문제예요. 1999년 공무원 채용 시 군가산점 위헌 판결이 나고부터 더하죠.
이 : 군복무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성의 기회 자체를 박탈해서 남자한테 갖다 주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사실 공무원 시험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1, 2점 차로 떨어지는데 가산점을 3~5점씩 주는 관행은 여성에겐 가혹한 거죠.
김 : 동감이에요. 호봉을 더 줌으로써 돈이나 더 빠른 승진 기회를 주는 건 이해가 되는데 가산점을 주는 건 기회의 평등을 침해한 거라고 봐요. 국가가 남녀 대결 구도를 이용해서 화살을 피해가는 것 아닌가요?
박 : 군가산점은 모든 남자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잖아요%4? 소수의 공무원 지원자만 받는 혜택일 뿐인 것 같은데요.
최 : 문제는 헌재 판결 이후에도 국가가 적당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데 있겠죠. 어쨌든 이때부터 여성도 군대에 가야 된다는 의견이 조직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생각하면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어요. 헌법상 국방의 의무는 전국민이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병역법상 병역의 의무는 남자들만 지도록 돼 있는 것은 불평등하지요. 만일 여성이 체력적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면 병역특례라든지 대체복무를 하는 식의 방법이 도입될 필요도 있겠죠.
이 : 그렇다면 오히려 남자들이 공략 지점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군복무로 인생의 황금기를 허비할 뿐 아니라 각종 인권 유린에 시달리니까 사실 얼마나 억울해요. 그러나 표적은 국가가 되어야지, 여성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애초에 병역법을 만들 때 여성들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데모해서 빠진 것도 아니고요.
페미니스트 혐오, 이유 있다?
최 : 군대 문제랑 자주 같이 거론되는 게 페미니스트 문제예요.
김 : 근데 저도 여자지만 페미니스트는 싫어요. 남자를 상대로 너무 과격하게 싸우는 것 같아서요.
이 : 글쎄요. 페미니스트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남성 자체랑 싸우는 건 아닙니다. 남성 위%주의 제도나 사회와 싸우는 거죠. ‘이래서 남자가 싫다’가 아니라 ‘이래서 남성우월적 사회가 싫다’ 이거든요.
김 : 제가 여성부를 잠깐 출입했을 때 교감이 여교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게 성희롱이란 판결이 나서 이슈가 됐었어요. 한 남자 기자가 ‘솔직히 술이라는 건 따라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성희롱이라고까지 봐야 하냐’ 고 문제 제기를 하더군요. 이때 %나이 많은 여성 출입기자들이 ‘그게 남자의 한계야’ 라는 식으로 말을 끊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봐요.
최 : 사실 요즘은 여자 못지않은 남자 페미니스트들 많아요. 남녀를 떠나서 그냥 인간 자체를 봐야 돼요. 사실 여자들이 그런 집단적 편견에 얼마나 시달려 왔어요.
김 : 예를 들면 "남자들은 가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서 능력이 떨어진다" 같은 편견이 그렇죠. 하지만 요즘은 남녀 모두 맞벌이 안 하면 먹고 살기 힘들잖아요. 일을 잘 하고 못 하는 건 개인차라고 봅니다.
이 : 최근 조사를 보니까 ‘자기가 다니는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는 대답이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훨씬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렵게 잡은 직장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충성도가 더 높은 거죠.
김 : 결국 남자다 여자다, 기자다 주부다, 페미니스트다 아니다 등을 떠나서 개개의 인간을 온전히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평가도 그런 식의 틀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고요..
정리=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여성의 날 유래와 한국 여성 운동사/ 매년 3·8대회서 중점사업 공표 올해는 ‘평등가족 만들기’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 5,000여 섬유 여성노동자들은 뉴욕 루트거스 광장으로 뛰쳐나와 평등한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세계 여성의 날’은 바로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독일 노동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에 의해 제정됐다. 미국에서는 50개 주정부가 3월 한 달 간 여성단체들과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이며 중국은 이날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부터 기념행사가 치러져 왔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맥이 이어지지 못하다가 1985년에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에 의해 계승됐다. 이 해에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민족·민주·민중과 함께 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단체들의 연대로 개최됐고 올해는 21회이다. 전국의 여성단체를 비롯해 주부, 대학생, 시민, 지식인, 종교인,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여성과 남성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고 여성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단결과 연대의 자리이다.
여연은 3·8 여성대회를 통해 여성운동의 중심적 과제를 중점사업으로 공표하고 전시회, 토론회,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89년 가족법 개정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90년 영유아교육법 제정, 92~93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등이 3·8 여성대회의 중심의제로 채택된 후 이뤄진 정책적 성과였다. 2일 국회 통과로 이뤄진 호주제 폐지는 지난해 여성대회의 중점사업이었다. 97년 제1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부모 성 함께 쓰기 선언’을 채택해 호주제 폐지운동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여성계의 숙원이 이뤄짐에 따라 올해 여성대회는 가족 간 민주성과 평등성 확산 등을 통한 평등가족운동을 새로운 과제로 선포했다. 또 일자리 나눔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권익보호 등 나눔운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여연의 남윤인순 대표는 "호주제 폐지는 제도상의 걸림돌을 없앤 것뿐이지 생활 속에는 여전히 호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몇 년간 여성운동의 초점은 실질적인 평등가족 만들기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또 "오늘날 가장 심각한 여성문제 중 하나는 바로 빈곤문제"라며 "일하면서도 가난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빈곤 예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특집1萱? 만든 여기자들
이성희 차장대우 생활부·스타일&패밀리 담당
남대희 차장대우 경제과학부·재경부 담당
이희정 기자 문화부·대중문화팀
김희원 기자 산업부·유통팀
이진희 기자 사회부·법조팀
최문선 기자 정치부·한나라당 담당
김신영 기자 경제과학부·과학 담당
박선영 기자 사회부·사건팀
최진주 기자 경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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