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풍요의 계절’을 맞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은 주총 시즌을 맞아 은행장들에게 20만~30만주씩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카드부실로 스톡옵션 얘기를 꺼내기조차 민망했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은행장들은 주가만 받쳐줄 경우 3~5년후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돈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등이 이달말 주총에서 스톡옵션을 받게 된다.
황영기 행장이 받는 스톡옵션은 25만주. 행사가격은 9,832원이며 행사시기는 2008년 3월이후다. 애널리스트들은 2008년쯤 우리금융 주가가 보수적으로 봐도 지금보다 4,000~5,000원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경우 황 행장은 10억~12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은 10만주, 최영휘 사장 9만주,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각각 8만주를 받는다. 신한지주는 2002년 이후 4년 연속 스톡옵션을 주고 있는데 라 회장의 경우 2002년 9만4,416주를 시작으로 이후 3년째 10만주씩 추가되고 있어, 보유 스톡옵션 규모는 40만주에 달하게 됐다. 라 회장은 행사시점이 5월로 다가온 19만주를 처분할 경우 최소 20억원 이상(현재 주가 기준)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28일 주총에서 스톡옵션을 받는다. 예상규모는 다른 행장들과 비슷한 27만주 안팎. 김 행장은 2002년에도 10만주를 받아 이달 16일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현재 주가가 행사가격(1만9,750원)보다 1만원 가량 높아 10억원 정도의 차익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작년 10월 취임 후 70만주 스톡옵션을 받았다. 전임 김정태 전 행장이 국민·주택은행 합병후4 받은 것과 같은 규모. 그러나 20만주만 경영성과에 연계됐던 김 전 행장과 달리, 강 행장은 70만주 전부가 자기자본이익률(ROE),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주당배당금 등에 연동되어 있어 경영목표를 달성해야만 ‘돈 방석’에 앉을 수 있다.
현 시중은행장 가운데 최대 스톡옵션 기록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갖고 있다. 하 행장은 한미은행장 시절 무려 163만주의 스톡옵션(32만주는 나중에 취소)을 받았으며, 지난해 씨티은행으로 넘어가면서 65만주를 행사해 53억원의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스톡옵션은 기본적으로 급여보전이나 과거성과에 대한 보너스 아닌 중장기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따라서 스톡옵션의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행사요건을 경영실적에 연동시키고 행사가격도 더 높이는 등 기준자체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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