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원거리 배정에 반발, 배정추첨에 불참했던 경기 안양시 샘모루초등학교 학생 48명이 결국 추첨을 통해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이들이 제기했던 각종 소송에서 법원이 교육당국의 손을 들어 준 데 따른 것으로 중·고 배정을 놓고 매년 되풀이 되는 유사 민원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6일 경기 안양교육청에 따르면 샘모루초교 졸업생 48명은 5일 오후 6시 교육청 로비에서 열린 임시추첨에서 관양여중 등 6개 학교에 배정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20일부터 등교거부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학부모, 교육청 간에 빚어졌던 이번 사태는 2달여 만에 일단락 됐다.
이들은 지난달 평촌학구에 가까운 중학교를 놓아두고 2~3㎞ 떨어진 관양중, 관양여중(이상 안양동지역학구)에 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수원지법에 ‘중학교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데 이어 ‘배정원서거부취소 가처분신청’ ‘중학교배정취소 가처분신청’을 잇따라 제기했지만 ‘근거리배정원칙에 위배되지 않았다’며 모두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또 헌법재판소에 본안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안양학군 중학교배정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4일 헌재로부터 ‘이유 없다’며 기각결정이 내려지자 5일 추첨에 참가했다.
학부모회 박성분 회장은 "헌재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진 마당에 학생들을 더 이상 희생시킬 수 없어 추첨에 참가했다"면서 "안타깝지만 본안소송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이번 샘모루초교 사태를 계기로 유사 집단민원에 대응할 논거가 생겼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안양교육청 측은 이번 사태가 인근 비산·호원중학교 개교가 늦어지면서 촉발됐지만 ▦학구 경계를 넘어 중학교를 배정해 달라 ▦학구경계를 무시하고 작성한 배정원서 접수거부를 취소해 달라 ▦배정방법에 응했는 데도 너무 먼 거리에 배정됐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앞으로 비슷한 집단민원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양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매년 1~2월 중·고등학교 배정 기간에 벌어지는 학부모들의 이기적 집단민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교육청도 택지개발지구 등에서 유사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신설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