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을 빚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거취를 놓고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이 부총리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청와대측은 "유임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우리당 지도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언급을 자제중이지만 일부 차기 지도부 경선 주자들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장영달 의원은 6일 "아무리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도덕성에 기반하지 않으면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이 부총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은 지 심각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김두관 전 장관도 "인사권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임종인 의원도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노 직계인 염동연 의원도 4일 "이 부총리는 스스로 용단을 내리고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5일 "만약 공직을 이용한 잘못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여론이 빗발칠 때 무자르듯이 자른다면 그런 정부에 근무할 각료가 어디 있겠느냐"며 청와대의 유임 결정을 옹호했다. 이 같은 ‘이 부총리 용퇴론’은 경선 주자들이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이긴 하지만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임채정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입을 닫았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영식 원내대변인은 "지도부도 대단히 우려심을 갖고 국민 여론을 예의주시하면서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부담을 숨기진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변화된 기류는 없다"며 "특별한 게 드러나지 않는 한 이 부총리 체제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 용퇴론이 나오고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걱정하는 기류는 역력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