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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한나라당 왜 늪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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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한나라당 왜 늪에 빠졌나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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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이 2일 밤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청와대 외교 국방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12부 4처 2청이 2012년부터 연기 공주지역으로 옮겨가게 된다.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로 열린우리당은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얻게 됐다. 2002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어 충청도 민심을 잡았던 행정수도 이전안을 2007년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역대 선거에서 이처럼 대를 이어 재미를 본 공약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이득은커녕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리고 있다. 의%7총에서 행정도시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다는 당론을 정한 직후부터 이에 반발하는 당직자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의원직 사퇴서까지 냈다. 전재희 의원은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여당은 2007년 대선 전에 행정수도 건설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흡족하게 웃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곳곳에 멍이 들어 운신조차 못할 지경이다. 밖에서는 여당과 ‘야합’했다는 비난이 따갑고, 안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성토로 당이 깨질 지경이다.

무엇이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지난 2년 몇 개월 동안 한나라당이 행정도시안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살펴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행정도시를 대전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이 공동화하고 수도권 경제가 붕괴하고 부동산 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쪽이 충청권 민심을 잡으려 하니 우리는 집값 폭락 등을 강조해 수도권 민심을 잡겠다는 맞불 전략이었다.

한나라당이 ‘설익은 공약’으로 치부했던 행정수도안은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계속 정치적 현안이 됐다. 당시 과반수의석을 가졌던 한나라당은 행정수도안을 막는 대신 얄팍하게 이용했다. 2003년 12월말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일단 법을 통과시켜 총선에서 충청 표를 지킨 후 17대 국회에서 시행을 막겠다는 술수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신했던 한나라당의 자만심은 무참하게 깨졌다. 과반수의석이 깨지자 시행을 막을 방법이 없어진 한나라당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으로 자신이 찬성했던 행정수도 특별법에 계속 제동을 걸었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순간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기 까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시행착오와 혼란에는 한나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박수를 치다니 무슨 경박한 짓인가. 국민들은 혀를 찼다.

위헌결정에 박수를 치던 한나라당은 이번에 또 태도를 바꿔 행정수도 특별법에 찬성한다는 당론을 정했다. 박근혜 대표는 여당이 내놓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이 "과천 정부청사를 충청도로 옮기는 수준"이라고 강변했으나,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을 살펴 보면 오직 충청 표를 잃지 않겠다는 계산이 있을 뿐이다. 야당으로서의 책임감도 없고, 공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다. 그 동안의 잘못을 따진다면 무리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인 여당의 잘못 못지 않다.

이번 사태에는 당연히 박근혜 대표의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그는 빗발치는 반대파들의 비난에 "당대표로서 당론을 지켰을 뿐"이라든가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등의 말로 자신을 방어했는데, 그런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한다.

되도록 손해를 줄이겠다는 소극적인 전략으로 당을 이끌 수는 없계고,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다. 충청 표를 잃지 않으려고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그 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때로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원칙과 정도를 지키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나라당은 왜 자신이 늪에 빠졌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갈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야당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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