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6주년 3·1절 기념식이 있은 지 오늘로 5일이 지났다.
우리 선열들은 고난 속에서도 민족역량을 신뢰하면서 조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항일독립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는 일본을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문화식민지를 자초하는 꼴불견을 가끔 볼 수 있다.
유명한 사학자이며 독립운동가인 박은식 선생은 나라는 망해도 민족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그 말씀의 의미를 충분히 새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매년 3·1절이 다가오면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태극기 달기 운동은 물론 자주독립정신을 되살리자는 계몽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지." 필자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당시는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를 못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옳지 못한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사람 노릇이라는 말의 의미이다.
지금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타락은 분열과 대립과 갈등 속에서 우리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지경이다.
며칠 전에도 한 대학 명예교수라는 사람이 "러시아 식민지가 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느니 "일본군대 위안부 문제를 자꾸 제기하면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품위 있는 민족이 할 일이 아니다"라느니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만한 위치에 있는 자가 그런 얘기를 일본의 우익 잡지에 기고한다는 자체가 나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된 독일에서조차도 나치나 나치 시대를 찬양하는 발언은 법의 제재를 받게 돼 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자는 철 없는 스킨헤드족 일부일뿐이다. 만일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절대다수의 지식인들로부터 총공세를 받게 된다.
이제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모두 인간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열들 앞에 한 점도 부끄러움 없는 사람다운 사람 노릇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로 가지 않는다면 그 분들이 희생한 보람이 없을 것이고, 또 언제 넋 놓고 앉아 있는 사이 외세의 침탈에 희생될지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독립운동가들의 자손들에게 정당한 예우를 해 드리고, 아울러 자라나는 세대에게 3·1 운동 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민족정기니 민족정신이니 하는 말을 깨진 골동품쯤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세계와 한국의 역사를 다시 한 번 겸허하게 들여다 보기 바란다.
권영수 경남 마산시 신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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