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 지역에 4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이 5일에 이어 6일 오전까지 경북 동해안과 부산·경남 지역으로 남하하면서 ‘폭설 대란’이 발생했다. 부산 지역에는 5일 오후3시께부터 내린 눈이 6일 오전6시20분께까지 37.2㎝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1904년 부산 지역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최고기록이다. 부산은 도시 전체의 교통은 물론 부산항의 항만 기능이 19시간이나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경북 울진군에도 6일 새벽까지 72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인 57.6㎝, 영덕군도 74년 기상관측 이후 최고치인 67.5㎝의 폭설이 쏟아졌다. 강원 영동과 경북 지역의 277개 각급 학교가 휴교했으며, 이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교통 마비로 6일 오전 수도권에서 치러진 17개 공기업 합동 공채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발을 구르기도 했다.
■ 부산·울산· 경남 /부산항 19시간 마비
101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부산을 비롯한 울산·경남지역은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특히 폭설로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자성대부두 등 전 부두에서 수출입 화물의 하역작업이 중단됐다. 또 대형 컨테이너 전용선박의 입·출항을 돕는 도선업무도 5일 오후 5시부터 19시간 동안이나 마비됐다. 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폭설로 인해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크레인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부두 내에서 화물을 옮기는 야드트레일러 등 장비 사용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광안대교(7.42㎞) 및 금정산성로 등 부산시내 주요도로 91곳의 차량통행이 한때 전면 금지돼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 통도사IC 등에도 차량 진출입이 금지되는 등 내·외곽 교통망이 순식간에 단절됐다. 김해공항에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금지됐으며, 부산을 기점으로 하는 연안여객선의 운항도 중단돼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및 농작물 피해, 정전 등 각종 눈 피해 사고도 잇따랐다. 6일 낮 12시께 해운대구 반여동 신선천주차장 앞길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119소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승용차 10여대를 들이받고 소방교 김모(45)씨 등 2명이 부상했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 로얄볼링센터는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연제구 연산1동 R골프연습장에서는 눈 피해를 막기위해 그물을 치던 직원 임모(33)씨 등 4명이 그물에 깔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특히 이날 오전 17개 공기업 합동공채에 응시하려던 영남 및 강원 지역의 수험생들이 무더기로 시험기회를 놓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공기업에 응시한 이모(29·부산 사하구)씨는 친구 4명과 오전 5시 고속철도(KTX)편으로 상경, 오전 10시 최종면접시험을 볼 예정이었으나 버스와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이 끊겨 부산역에 가지 못하는 바람에 응시기회를 놓쳤다. 응시생들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자연재해로 응시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은 억울하다" 며 재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1931년 울산기상대의 관측 시작 이후 74년만의 최고치인 18.4㎝의 적설량을 기록한 울산 지역도 울주군 범서면 중리삼거리, 두광삼거리, 북구 무룡고개 등 20곳에 이르는 도로의 차량 운행이 금지됐다.
경남 김해시와 양산시, 창원시 지역도 사상 최대의 폭설로 사실상 도심기능을 잃어버렸다. 김해, 양산이 각각 24㎝의 적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창원(11㎝) 밀양(11㎝) 거제(8.4㎝) 진해(8㎝) 등지에서도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교통사고 및 농작물 피해, 정전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6일 오후 영상 8도 내외의 날씨에 제설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은 피해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무원과 경찰 등 모두 10만여명의 가용인력과 제설장비를 동원하고 있다"며 시설물 관리 등에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울산=목상균기자 msmok@hk.co.kr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경북 동해안·영동/울진 2,000여명 고립 지속
울진군 온정면은 무려 86㎝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영덕군 67.5㎝를 비롯해 포항 20.7㎝, 경주 16.3㎝, 울릉 18.2㎝, 영천 19.5㎝, 구미 7.5㎝, 대구 4.8㎝의 적설량을 보였다.
울진군은 폭설로 한때 군 전역이 고립됐으며 포항, 경주 지역도 상당수 산간마을이 외부와의 접촉이 두절됐다. 비닐하우스 등 농작물 피해도 엄청나지만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7번 국도를 비롯한 경북 동해안을 드나드는 모든 도로는 5일 하루 마비 상태에 빠졌다가 6일 오후부터야 조금씩 풀렸다. 동해상의 기상 악화로 포항~울릉 정기여객선이 3일째 통제돼 관광객 300여명의 발이 묶였으며 동해안 항·포구에는 어선 4, 500여척이 대피해 있다.
폭설로 울진군내 초·중·고교 26개교를 비롯해 경북도내 62개교가 5일 임시 휴교했다. 울진군 근남면에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넘어지면서 부근을 지나는 전선을 끊는 바람에 100여 가구가 한때 단전되는 소동을 빚었다.
경북도는 1,500여명의 공무원 군인과 1,000여대의 제설차 덤프트럭 등 을 동원해 교통이 두절된 국도7호선 울진~강릉, 국도37호선 울진~봉화, 국도88호선 평해~영양 구간 도로를 중심으로 제설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울진군 서면 지역과 주인3리 등 태백산 인근지역 주민 2,000여명은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고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도 강릉 고성 정선 삼척 동해 속초 양양 등 8개 시·군의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 66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산간마을이 고립되고 있다. 양양공항은 사흘째 모든 항공기가 결항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울진=유명상기자 msyu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