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예지가 잇달아 창간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올들어 경남지역의 ‘통통'과 경기지역의 ‘문학我' 창간으로 모두 9종으로 늘어났다. 영상만능의 이 시대에 1960,70년대 학생문예지 ‘학원'의 영광을 복원하고자 나선 이들의 열정은, 가히 라만차의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그것처럼 장엄하다.
이들 문예지의 잇단 창간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시작됐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 공모에 8개 문예지가 선정돼 연 1, 2회 책을 내게 됐고,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문학동네가 반년간지로 발간해 온 ‘푸른작가'는 계간지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각각의 문예지들은 청소년과 지역 교사, 문인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고 있다. 창간호에서 이들은 영상세대 인터넷세대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고민(충북 ‘이다', 충남 ‘미루')을 털어놓는가 하면, 본격적으로 청소년들의 문예창작과 문학 전범으로서의 책에 대한 관심을 전면화(광주 ‘상티르')하기도 했다. 경남의 ‘통통'은 우포 생태문학기행과 해방기 지역의 좌파시인 김상훈 시인 탐구를, 전남의 ‘다도해푸른작가'는 섬 지역 청소년 문학활동의 실태를 분석한 글을 실어 지역 문화와 문학의 만남을 시도했다.
또 대구·경북의 ‘푸른나무들'은 기성 작가들이 자신들의 청소년기 경험을 들려줌으로써 문학의 꿈을 자극했고, 경기지역의 ‘문학我'는작가가 되려는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작가들의 글을 담았다. 전북청소년교육연구소가 내는 ‘푸른나무들'은 지역내 청소년 동아리들의 문학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기획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문예지당 연간 지원금 500만원은 책 제작비용으로도 빠듯한 수준. 원고료만 해도, 창간호 1,500부를 찍은 충북 ‘이다'의 경우 교사·학생에게는 한 푼도 못 줬고 일부 등단 문인에 한해 밝히기 민망한 수준의 고료를 지급했다. 이 잡지 편집 책임을 맡은 박기려(39·청주 상당고 교사)씨는 "문예지 창간 홍보를 위해 마련한 1박2일 청소년 문학캠프 비용 등 200만원은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지원해줬다"며 "청소년 문예지가 정착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몇 문예지 담당자들은, 교사·학생이 편집 주축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 학생들이 문학적 감수성을 확인하고 발휘할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청소년문예지 지원예산은 지난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됐다. 문예진흥원 관계자는 "시·도 교육기관 등에 청소년문예지 홍보·구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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