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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불붙는‘바둑전쟁'/ 내주 춘란배서 이창호-저우허양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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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불붙는‘바둑전쟁'/ 내주 춘란배서 이창호-저우허양 격돌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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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베이징 쿤룬호텔. 잉창치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4국이 길고 치열한 접전 끝에 창하오 9단의 승리로 확정되자 중국 검토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6전7기의 한을 푼 창 9단에 대한 축하도 축하지만, 중국으로서는 16년의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프로기사로 대국 내내 가슴을 졸이던 창 9단의 아내 장쉔 8단은 "기쁘다.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은 "잉창치 선생의 소원을 들어드리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잉창치배는 대만 재벌인 잉씨가 그야말로 ‘중국 바둑이 세계 최강’임을 자랑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해 만든 대회. 하지만 시작부터 계획은 빗나갔다. 일본 기원 소속인 조치훈 9단을 제외하면 한국인으로는 조훈현 9단만이 16강에 초대되는 푸대접을 받았지만 결승에서 조 9단은 당시 중국의 최강자 녜웨이핑 9단에게 2패 후 3연승,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해 중국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더구나 우리에게 낯선 ‘잉씨 룰’(대국시간 각 3시간30분, 덤 8점)이 처음 적용된 대회였다.

그 충격이 오죽했으면 창 9단은 이번 결승에 임하는 심정을 "중국바둑은 잉창치 선생에게 빚을 지고 있다. 선생은 중국바둑을 위해 이 대회를 만들었으나 우리는 지난 16년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을까. 그의 우승 소감 역시 "1989년 1회 대회에서 조훈현 9단에게 패한 스승 녜웨이핑 선생님과 주최국의 한을 풀어드리게 된 것이 기쁘다"였다. 또 17만명의 중국인들이 이날 창 9단의 우승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

이번 창하오의 승리로 중국 바둑계는 마치 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듯한 축제 분위기. 불과 일주일 전인 2월26일 이창호 9단에게 왕레이8단, 왕시 5단이 연속 패해 농심신라면배 세계바9둑최강전 6회 연속 우승 기록을 한국에 넘겨 줄 때까지만 해도 침묵하던 중국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바둑전문가들도 이번 잉창치배 우승으로 중국의 기세가 더욱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중국이 자랑하는 창하오가 ‘준우승’과 ‘공한증’ 징크스를 이번 우승으로 한꺼번에 날려버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번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14일부터 중국이 개최하는 제5회 춘란배 결승 3번기가 자기들 안마당인 창사(長沙)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비록 상대가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이기는 하지만 그에 맞설 저우허양(周鶴洋) 9단이 중국에서는 이 9단과의 상대B 전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사 중 한명이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이 탈락한 제9회 LG배를 놓고 28, 30일에는 위빈 9단이 일본의 장쉬 9단과 맞붙는다. 비록 객관적으로는 위빈 9단이 열세지만, 2000년 예상을 뒤엎고 위빈 9단이 유창혁을 꺾고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을 재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중국바둑이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바야흐로 한국과 중국의 바둑전쟁은 시작됐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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