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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 두 아이 다 잘 자랐어요­…이제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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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 두 아이 다 잘 자랐어요­…이제 걱정마세요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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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당신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때 당신은 가끔 속이 쓰린 것을 단지 ‘소화가 안 되는가 보다’ 하면서 애꿎은 소화제에만 연연했지요. 어렵게 살아온 우리는 그저 앞만 보고 뛰었을 뿐, 정기적인 종합건강진단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당신이 40대의 젊은 나이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을 땐 하늘이 노랗고 숨마저 멈춰버릴 지경이었습니다. 무슨 일이건 어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지요.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당장 우리 앞에 닥쳐오다니…. 세상이 끝난 것처럼 온통 암울하기만 했습니다. 큰 아이 민구는 겨우 중학생이었고 둘째 종석이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저 불쌍한 것들을 두고 차마 어떻게 세상을 떠나나’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 원망도 많이 했지요. 그 때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얼마나 대성통곡하며 울었는지요. "왜 하필 우리에게만 이런 시련과 고통을 주십니까? 왜요, 왜?…" 하면서.

당신이 떠난 후 눈물로만 세월을 보내던 나는 어느날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 굳게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저 불쌍한 어린 것들을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않도록 열심히 잘 가르쳐야겠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여보! 이제 민구가 대학생이 됐고, 종석이도 고등학생이 되었답니다. 두 아이 다 탈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고, 이 못난 엄마를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그땐 새상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린 것처럼 캄캄하기만 했는데 주위 분들이 세심하게 도와주고, 특히 무주의 친구 내외가 큰 힘이 되어주었답니다.

이제 모든 게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 이제 안심하세요. 아무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늘 저와 민구와 종석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만 지켜봐 주세요.

박경심·서울 중구 을지로6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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