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2년 만에 이번 겨울방학을 이용해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은 여전했으나 나는 내 주변에 보이는 하나의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 속에 생동감 있게 숨쉬고 있는 한류였다. 한류는 더 이상 음반·영화·드라마와 같은 연예사업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의식주행(衣食住行)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衣: 한국 의류는 원단의 품질과 바느질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새로워 한국의류 전문판매점이 없는 도시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한국을 아직도 ‘남조선’으로만 알고 있는 그런 서부의 작은 도시에도 한국 노래를 쾅 쾅 틀어 손님의 발길을 끄는 한국상점들이 있다.
食: 주방에서 철저히 완성된 음식을 먹는데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카우녀우러우(燒牛肉)’라는 소고기 숯불구이는 먹거리와 새로운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고기를 올리는 순간 확 피어 오르는 고소한 연기며 옷소매에 튀어 오르는 얄미운 기름방울마저도 왁자지껄한 식사 분위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다.
住: 중국은 북방이나 남방 모두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추운 북방이라도 집안에는 하루에 두 번만 중앙 난방이 되는 벽걸이형 스팀 두어 개 뿐이고, 남방은 겨울 온도가 영상인 관계로 더더욱 난방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곰돌이처럼 층층이 내의를 껴입는 것으로 추위를 견뎌왔다. 그런데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나 심지어 오래된 집이라 하더라도 비싸게 꾸며진 원래 마루 바닥을 뜯어내고 ‘띠러(地熱)’이라고 불리는 한국식 온돌 바닥을 다시 깐다. 아무래도 겨울은 뜨끈뜨끈한 방바닥이 최고인가 보다!
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는 승용차 대부분이 외제차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차는 일본이나 독일 등의 자동차를 제치고 중국의 젊은 개인 구매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품·디자인·가격·서비스 등 면에서 훌륭하다는 입소문을 타서인지 요즘 길거리나 주차장에 한국차들이 흔하게 보인다.
나도 한동안 한류는 스쳐 지나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 고향 중국에서 본 한류는 그렇지 않았다. 중국 시장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바탕이 된다면 문화적 이질감이 없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는 지속되고 끊임없는 한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추이진단 중국인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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