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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변혁 바람/ (上) 평신도, 목회의 객체에서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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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변혁 바람/ (上) 평신도, 목회의 객체에서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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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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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중심의 교권주의와 성직세습, 고질적인 파벌싸움과 자교회 이기주의, 성장만능과 물신주의에 매몰된 영혼주식회사…. 온갖 부정적 이미지로 얼룩진 한국 개신교 일각에서 변화와 자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형성장에만 몰두해 세상과 담을 쌓아온 교회들이 내적 성찰과 사회참여에 눈을 돌리고, 목회의 객체였던 평신도들이 교회 사역과 갱신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한국 개신교 120년을 지배해온 '큰 교회' 이데올로기를 넘어 '바른 교회'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초대교회의 순수함과 열정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회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혁의 움직임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4동 빌라촌 부근에 자리한 일산광성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의 손에 주보와 함께 전산처리용 OMR카드가 한 장씩 주어질 때가 있다. 이름하여 ‘열린 제직회'가 열리는 날이다. 제직회(諸職會)란 통상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 소수의 직분자들이 참가하는 교회의 의결 및 집행기관. 그러나 이 교회는 그 문을 전 교인들에게 열어놓았다. 어린이나 학생, 청년은 물론 갓 출석한 새 신자도 교회 운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정할 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합의 하에‘일산광성교회 규약'이라는 법규도 제정, 교회 운영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규약의 핵심은 목사와 장로의 권한을 줄이고 평신도의 교회운영 참여를 확대한 것. 종신제나 다름없던 목사와 장로의 정년을 65세로 제한했고, 목사는 6년간 일한 뒤 신임투표를 통해 재임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담임목사의 노후보장을 위한 원로목사제도 없앴다.

이 교회 정성진(50) 담임목사는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평등한 제사장이라는 종교개혁의 정신(루터의 만인제사장주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며 "목사나 장로, 평신도 구분 없이 모든 교인들이 목회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교회는 교회다워진다"고 말했다.

‘목사=교회'의 등식이 통했던 개신교계에 민주화의 바람이 거세다. 목사와 장로 중심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로 바꾸는 교회가 늘고 있다.

목회의 대상이자 객체였던 평신도들이 교회운영의 핵심주역으로, 목회의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 변화의 신호탄이다. 서울 청담동 강남청소년복지관 강당을 예배당으로 빌려 쓰는 새길교회는 아예 ‘평신도 공동체'를 표방한다. 담임목사라고 불리는 전임 목회자가 따로 없고 장로, 권사, 집사 등과 같은 서열화한 직분도 없다. 모든 교인의 호칭은 형제님, 자매님이다. 예배와 선교활동 등 교회의 전반적 운영은 평신도 중에서 선출된 30인의 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담임목사가 없는 대신 권진관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등 4명의 신학위원들이 교대로 설교를 맡고, 외부 초청 목회자나 평신도들이 강단에 서는 경우도 많다. 교회 건축비와 목사 사례비가 들지 않는 만큼 총예산의 60%를 사회봉사와 선교에 사용한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두레교회는 매년 말 대학가의 교수평가제와 유사한 ‘목회 평가제'를 실시한다. 전 교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 해 동안의 목회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 교인이 참가한 가운데 공청회 형태의 열린 토론마당도 열고 있다. 당회나 제직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교인 모두가 목회의 동역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신앙적 열정과 은혜가 늘 넘친다"는 게 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베일에 가려 있던 교회 재정을 일반인에게까지 공개하는 교회도 늘고 있다. 목사 세습금지, 목사 및 장로의 65세 정년제, 교역자에 대한 재신임 투표제 등을 시행중인 서울 남산의 높은뜻숭의교회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교회 재정보고를 한다. 최종 결재된 회계문서 원본을 이미지 파일 그대로 스캔해 올리기 때문에 공개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주일 헌금과 십일조 현황부터 직원 회식비나 친교비, 목사 사례비(급여) 등에 이르기까지 공개되는 수입 및 지출항목이 100여 개에 달한다.

교회의 ‘갱신과 일치' 운동을 하는 생명목회실천협의회 안광덕 상임총무(목사)는 "특정 교단의 캠페인 차원을 넘어 개별 교회들 내부에서 교회의 순기능과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의 몸짓이 확산되고 있다"며 "외형 확장에만 치중해 온 교회들이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 일반인 눈에 비친 개신교/"배타주의·헌금강요" 부정평가 많아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개신교 저변에서 개혁과 갱신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교회의 대외 이미지는 아직 부정적이다.

%A‘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최근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펴낸 여론조사 분석자료집 ‘한국교회 미래리포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개신교인과 타 종교 신도,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개신교는 천주교나 불교에 비해 교세확장이나 헌금강요, 배타주의 등의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일반인들에게 종교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물었더니 천주교는 31.8%, 불교는 21.2%가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 개신교는 그 비율이 16.5%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헌금(시주)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개신교 63.4%, 불교 34.8%, 천주교 24.5% 순으로 그렇다는 응답이 나왔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도 지나치게 높았다. 믿지 않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 주지 않는다는 대답이 천주교는 14.8%, 불교 15.4%로 낮았지만 개신교는 33.9%로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 참 진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교세의 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평가도 개신교는 64.6%나 됐지만 천주교는 25.7%, 불교는 34.8%에 불과했다.

인근의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15.4%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84.6%는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비신자들에게 한국교회는 이기적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인适?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컸다.

변형섭기자

■ '바른교회 아카데미’설립 정주채 목사/ "목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인"

바른 교회, 건강한 교회 만들기는 지난해 말 출범한 개신교계 초(超)교파 개혁모임인 ‘바른 교회 아카데미'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이 모임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정주채(58·사진) 경기 용인향상교회 담임목사는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권을 목사와 장로가 찬탈함으로써 한국교회는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 교회로 타락해왔다"며 "한국교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 되는 ‘로드십(Lordship)'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2000년 교회 대형화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년 간 시무하던 서울 잠실중앙교회에 사직서를 낸 뒤 현재의 향상교회를 개척, 용인지역에서 바른 교회 운동을 펴고 있다.

-_ 왜 지금 바른 교회인가.

"존경 받던 대형교회들이 목사세습과 재정비리, 권력다툼 등에 휘말리면서 안팎에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회의와 좌절로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1세기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과연 교회다운 교회, 바른 교회는 무엇인가. 한국교회들은 이제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_ 한국교회의 문제는 뭔가.

"많은 교회들이 목사 개인의 카리스마를 교회의 존립기준으로 착각해 왔다. 그러다 보니 섬기는 목자가 아니라 왕 같은 목사, 전제군주를 양산했다. 목사 1인의 능력이 제도와 시스템 위에 군림해온 것이다. 세습을 안 하면 오히려 교회가 혼돈에 빠질 정도로 그 폐해는 심각하다. 성장제일주의의 부작용은 또 얼마나 큰가. 교회 ‘사업'이란 말이 당연시될 정도로 오늘날 목회는 세속적 비즈니스로 전락했다. 버스를 돌려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오려는 슈퍼마켓식 판촉활동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바른 교회 운동은 이 같은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반작용이다."

-_ 바른 교회를 위한 실천 과제는.

"교회의 직제와 운영을 먼저 민주화해야 한다. 담임목사와 장로의 전횡을 막고, 평신도의 의사가 교회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년제나 임기제 같은 제도의 도입도 한 방법이다. 장로는 본래 교인 중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사람이지만 20~30년 계속 하다 보면 그 사이에 교회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회중의 대표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민주적 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다. 평신도의 영성과 의식수준이 놀랍도록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국교회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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