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이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로 수습국면에 접어들면서 후임 원내대표 경선향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경선도 주류와 비주류의 세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5일 ‘9일 후보등록, 11일 의원총회 경선’이라는 일정을 확정하자 마자 예비 후보들의 득표 전과 물밑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는 등 선거 열기가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다.
경선 출마가 유력한 의원은 5선의 강재섭(대구 서구) 의원을 비롯해 3선의 맹형규(서울 송파갑) 김문수(경기 부천소사) 안택수(대구 북을) 권철현(부산 사상) 권오을(경북 안동) 의원 등이다.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뒤 사실상 경선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는 이들 중 강재섭 맹형규 김문수 의원 등이 3강을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강 의원은 중진의원으로 화합·포용력을 바탕으로 "당의 비상사태를 수습하는 데 적임"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박근혜 대표와 출신지역이 겹치는 점이 부담이다. 다른 후보진영에서 "대표도 TK, 원내대표도 TK는 절대 불가"라는 견제구가 벌써부터 날아들고 있다. 맹 의원은 수도권 출신에 원만한 대인 관계가 강점으로 꼽히나, 강 의원과 함께 ‘국민생각’을 꾸리고 있어 강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압력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선명한 개혁성으로 수도권 소장파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행정도시법 극렬 반대 등 강성 일변도 행보에 대한 비토 그룹 또한 상당하다.
이번 경선은 후보들이 친박(親朴)과 반박(反朴)으로 성향이 뚜렷이 구분되는데다 출신 지역, 의원 모임별로 겹치는 경우가 있어 후보간 합종연횡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맹형규 권오을 안택수 의원 등은 친박, 권철현 김문수 안상수 의원은 반박 세력으로 분류된다. 또 후보들 가운데는 차기 대권이나 당권 도전, 광역단체장 출마 등을 염두에 두는 이도 많아 후보들간 단일화나 역할분담이 논의될 개연성도 크다.
박 대표의 의중, 즉 박심(朴心)의 향배가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반박 진영에서 박 대표 퇴진론(안상수 의원)과 당직자 전원 사퇴론(이방호 의원)이 나오는 것은 박심의 위력이 간단치 않음을 알게 하는 증거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박세일 정책위의장의 의원직 사퇴로 박 대표에게 서운해 하고 있고, 경선 당일인 11일 해외에 머물 의원이 2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점도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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