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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달라진다] (4) 다가오는 꿈 그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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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달라진다] (4) 다가오는 꿈 그린시티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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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이 넘는 인구가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매연을 산소처럼 호흡해야 하는 서울은 여전히 회색이다. 하지만 시멘트 바닥을 뚫고 풀씨가 생명을 틔우듯 언제부터인가 조용하고도 힘차게 잿빛 서울에 녹색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에는 남산에 개구리가 돌아와 알을 낳았고 그 알을 지키기 위해 공익요원들이 불침번을 선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쓰레기 매립지로 버려졌던 땅 난지도에도 자연의 친구들이 반가운 귀향을 시작했다. 개발의 등쌀에 숨죽여야만 했던 서울의 자연이 푸른옷을 입고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 35만평 서울숲 6월 개장 = 6월 중순 서울의 ‘센트럴 파크’ 서울숲의 개장이 그 기쁜 소식의 뒤를 잇는다. 1960년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름 휴양지였다 80년대에는 골프장, 승마장으로 탈바꿈했던 뚝섬이 서울숲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이름표를 달았다.

도심으로부터 6㎞ 가량 떨어진 성동구 성수동 1가685 일대 115만6,498㎡(약 35만평) 규모의 서울숲. 서울시는 개장과 함께 고라니와 사슴을 포함해 약 120여 마리의 크고 작은 야생동물을 이곳에 방생해 인간과 숲 그리고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공원으로 꾸려갈 계획이다. 42만3,000여 주의 다양한 수종이 이곳을 가득 메운다. 보기 좋은 경관목들이 아니라 우리땅 어느 산을 옮겨온 듯 자연스럽게 혼합된 수종으로 이뤄진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우거진 수풀속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고라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시는 당초 4월말 준공한후 5월초 서울숲의 문을 열려 했지만 토지보상 완결 문제와 더 푸른 녹음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달포 가량 개장을 연기했다.

서울의 인구 1인당 녹지면적은 15㎡(4.2평)로 뉴욕(14.12㎡·4평), 도쿄(4.46㎡·1.4평)에 앞선다. 그런데도 이들 도시보다 서울이 훨씬 삭막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짜임새있는 도심 녹지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녹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월드컵공원, 올림픽공원이 시 외곽에 위치해 있고 그나마 푸른 도시공간인 경복궁, 덕수궁, 비원 등이 빙 둘러쳐진 담으로 격리돼 있어 시민들은 자연의 혜택에서 소외돼왔다. 서울숲은 이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울숲 35만평이 개장되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서울 동북부의 녹지가 크게 늘어나고 청계천과 한강시민공원, 이어서 올림픽공원을 잇는 녹지축의 ‘잃어버린 고리’ 역할을 하게 돼 시민들이 느끼는 푸르름의 정도는 더해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최용호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생활권 녹지는 녹시율(綠示率·눈에 보이는 녹지의 비율)이 크게 떨어져 실제로 1인당 4.4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며 "서울숲과 100여만평의 용산민족공원이 만들어지면 서울의 녹색은 훨씬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5가지 테마로 꾸며지는‘생태천국’= 뚝섬 서울숲은 크게 5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뚝섬문화예술공원이라 이름붙은 제1테마는 서울숲광장, 인라인스케이트 파크, 가족마당, 물놀이터 들로 구성돼 근린공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곳은 예전 뚝섬체육공원이 있던 자리로 가족마당과 연못을 둘러싸고 폭 6c의 흙길로 이뤄진 주산책로가 펼쳐진다. 공원 입구에 지하철 분당선 역사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하다.

서울숲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주체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공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간이 생태계 그대로를 옮겨다놓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라는 게 이런 특징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35만평의 드넓은 공간에 한 곳의 취사장, 한 평의 숙박시설도 허용하지 않았다.

강변북로와 중랑천이 만나는 남서쪽 제2테마 뚝섬생태숲을 보면 서울숲의 이러한 정신이 잘 표현돼 있다. 방생되는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짝짓기하고 새끼를 양육할 수 있도록 인간은 한 발짝 떨어져 있게 된다. 방문객은 길이 560c의 보행교에 서서 동물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탁 트인 한강의 전망을 조망하게 된다. 시는 당초 야생동물 방생구역을 생태숲 2만5,000평으로 제한했었지만 자연에 더 넓은 공간을 돌려주자는 취지로 제3테마인 자연체험학습원 일부까지로 이를 넓혀 동물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은 4만6,000평에 이르게 된다.

서울숲 추진반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공원에서 이들 동물을 생육하고 있으며 숲 속 은밀한 장소에 식수대, 건초대가 마련된 은신처를 마련해줄 예정"이라며 "연못에 미꾸라지, 개구리, 피라미 등도 풀어놓아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를 불러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3번째 테마인 자연체험학습원에는 각종 식물의 생태를 학습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며 현 유수지 자리에 생기는 습지생태원이 제4 테마공간으로 조류관찰대와 환경놀이터, 정수식물원 등이 꾸며진다. 마지막 제5 테마는 서울숲 선착장과 자전거도로 등이 설치되는 한강수변공원이다.

서울숲 문화예술공원 북서쪽 8,000여평의 레미콘공장 부지도 당초 어린이 특화시설로 꾸며질 계획이었으나 이전부지 확보와 시예산 부담으로 현재 서울숲의 달갑지 않은 이웃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공장에서 나오는 먼지 등을 막기 위해 그에 걸맞은 수종을 둘러 심어 최대한 서울숲에 해가 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기고/ 시민이 참여해 만드는 최초의 공원

도시에 공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도시 공기가 오염되면서 시민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노동력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와 자본가들이 대규모 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하여 깨끗한 공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시작한 것이 근대적인 도시공원의 시초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1800년대 말에 서울과 인천에 다양한 공원이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산업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현실에서는 도시공원을 시민들의 건강보다는 도시미관 개선을 위한 시설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은 공원이 단순히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시설이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과 도시의 쾌적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시설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로 80년대 이후 서울에는 올림픽공원을 비롯한 많은 공원들이 만들어졌고, 특히 1992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더욱 많은 공원들이 조성되고 있다.

뚝섬은 서울시민들에게는 유원지나 경마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역이다. 89년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 대한 여러가지 활용계획이 논의된 바 있지만 결국은 공원이 부족한 서울의 현실을 감안하여 서울숲이라는 대규모 숲을 이곳에 조성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서울숲은 2003년부터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여 조성중에 있으므로 6월쯤이면 공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숲은 서울에서 부족한 공원을 하나 더 조성한다고 하는 의미 이외에도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최초의 공원이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서울 그린트러스트와 함께 기금을 모아 서울숲을 조성하고 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원을 조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울숲의 관리 역시 서울 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공원의 조성이나 관리 방안은 기존에는 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도시의 대부분이 공원이 부족한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런 시도들은 앞으로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이 오면 서울숲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시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공원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올 봄에는 서울숲에 작지만 정성이 깃든 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고 그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다.

오충현 동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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