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4일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에 따른 당 내홍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당 지도부와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간의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당 내엔 일단 김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당의 혼란이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김 원내대표는 "반대파 의원들은 비상대책위를 해체하고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새 출발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반대파도 더 이상 확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대파를 이끌어온 이재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아름답다"며 "박 대표 중심으로 당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도 "당으로서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며 단합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었다. 다만 김 의원은 "수도 지키기 투쟁과 김 원내대표 퇴진은 별개"라고 덧붙였다.
반대파가 선뜻 박 대표 압박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현재로선 박 대표가 물러날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은 데다 조기 전당대회가 소집되더라도 박 대표가 재선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대파의 배후에는 당내 대권 주자들이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끊이지 않아 박 대표로 화살을 돌릴 경우 "대권 욕을 위해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뒤집어 쓸 것이라는 점도 반대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파가 이날 오전 여야 지도부간의 행정도시 특별법과 과거사법 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책임범위를 김 원내대표로 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문수 의원도 "김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불신은 뿌리가 깊고 넓지만, 박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은 지역별, 선수별로 조금씩 편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파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특별법 무효화 투쟁을 계속하기로 해 박 대표와의 긴장은 한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반대파들은 내주 초 전체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7일께 의원총회를 소집, 원내대표 후임자 선출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정책위의장 등 후임 당직을 인선하는 등 당 정상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파 가운데 수도권 출신 의원 상당 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있는데다, 일부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와 이해가 일치하고 있어 박 대표와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 이전수준의 관계복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지붕 아래 양측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권혁범기자 hbkwo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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