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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빨강 - 신성·금기의 두 얼굴‘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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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빨강 - 신성·금기의 두 얼굴‘빨강’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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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학연구자 김융희씨는 빨강을 "가장 나서기 좋아하는, 자신만만한 색이면서도 ‘절대 출입 금지’라며 타인을 단호하게 밀쳐내는 색"이라고 정의한다. 즉 빨강은 동경의 대상이면서 금기이다. 그 금지신호가 마음에 걸려 김씨는 닫힌 빨강의 문을 열어 제쳤다. ‘빨강’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그림 영화 문학 사회현상 등에 나타난 빨강의 의미 분석을 통해 빨강이 이중적 얼굴을 갖게 된 연원을 추적하는 책이다.

빨강은 가장 오래된 색이다. 인류의 첫 예술활동으로 꼽히는 알타미라, 라스코 동굴벽화의 들소 그림은 붉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영원한 삶을 꿈꾸며 생명체에 흐르는 붉은 피의 빛깔을 통해 불멸의 주문을 걸었던 것이다. 이후 빨강의 의미는 복잡하게 가지를 뻗어나간다. 몇몇 영화를 살펴보면,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레드 바이올린’은 불멸에 대한 집착을, 장이모우의 ‘홍등’은 중국 가부장제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여성의 치명적 욕망을,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에서는 살인으로 치닫는 광기를 빨강의 이미지에 실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빨강의 지배적 의미는 변화했다. 고대에는 태양과 같은 영광과 신성을 품었고, 중세 이후에는 타락과 동물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터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색상이었고, 20세기 들어서는 투쟁과 전복을 꾀하는 혁명의 색이 됐다가 소비 욕망의 기호로 바뀌었다.

대개의 문화텍스트는 빨강을 불온하고 위험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뭉크의 ‘절규’에서 빨강은 불안한 내면의 광기를 뿜고, 물랑루즈의 환락적 분위기를 묘사한 로트렉의 포스터나 안데르센 동화 ‘빨간 신’등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였던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빨강의 의미가 180도 변화했다. 그 변화의 원동력은 ‘붉은 악마’. 저자는 "‘붉은 악마’ 덕분에 우리 사회가 ‘레드콤플렉스’에서 풀려나 빨강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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