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자연스러워야 해요. 기교를 안 부려도 멋이 있고 한과 흥이 뚝뚝 흘러서 얼씨구 좋구나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와야 좋은 춤이지. 예전에 밀양북춤 추던 하보경은 다쳐서 한쪽 팔이 오그라든 사람인데, 팔을 들고 서 있기만 해도 멋이 쩍쩍 흘러싸. 팔을 가만히 들어올려도 백 근 무게는 되어 보여야지. 그런데 요즘은 너무 기교만 부려요. 살풀이를 추면 수건만 흔들거나 치마자락 들어올리면서 어깨부터 움찔 올라가. 경기가 들렸나. 왜 깜짝 놀라게 해."
부산의 동래 토박이로 10대 소년 시절부터 춤에 취해 평생을 살아온 문장원 옹(88)은 우리 전통춤의 멋을 이렇게 말했다. 문 옹은 춤과 풍류의 고장으로 소문난 동래의 마지막 한량이다. 고교 입시에 두 차례 낙방한 뒤 동갑내기 천석꾼 사돈과 기방을 들락거리면서 어울려 놀다가 자연스럽게 춤을 익혔고 천하의 명무 경지에 이르렀다. 해방 직후 세무공무원을 했고 1950년대에는 기업체 중역도 했지만, 60년대 중반부터 모든 걸 접고 동래의 옛 풍류를 되살리는 데 주력하여 동래야류, 줄다리기, 지신밟기 등의 재현과 보존에 앞장섰다. 현재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도 매일 춤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워낙 고령이라 "올해 봄꽃이 마지막일지 몰라" 하고 말하는 문 옹이 모처럼 서울 무대로 춤 나들이를 한다. 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남무(男舞), 춤추는 처용아비들’에 나온다. 우리 전통춤 중에도 남자 춤의 진수를 보여줄 이 무대에서 문 옹은 입춤을 춘다. ‘허튼 춤’이라고도 하는 입춤은 정해진 틀이 없이 추는 즉흥춤으로, 문 옹의 입춤은 그 독특한 멋과 도달한 경지에서 따를 이가 없는 귀한 춤이다. 첫 서울 무대였던 1983년 국립극장의 명무전 이후 서울 공연은 너댓 번밖에 없었다.
"입춤은 우리춤의 기본이에요. 이게 잡히면 무슨 춤이든 잘 출 수 있지. 평생 입춤만 췄어요. 딴 춤은 안 춰요. 그리고 음악(생음악) 없이는 안 춰요. 장단이 놀아야 춤을 추는데, 음악이 없으면 멋을 낼 수 없으니. 춤 출 때는 음악만 신경 써요. 관객이 많고 적고는 보이지도 않아."
이번 공연은 2002년 같은 이름으로 열렸던 공연의 앙코르 무대. 그때 못본 사람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다시 하게 됐다. 문 옹 외에 양산사찰학춤의 김덕명, 고깔소고춤의 정인삼, 밀양북춤의 하용부, 덧배기 춤의 이윤석, 채상소고춤의 김운태, 목중춤의 박영수 등 우리 남성춤의 진멋을 지닌 중년과 고령의 춤꾼들이 출연한다. 3년 전 이 무대에서 고깔소고춤을 췄던 황재기 선생이 공연 직후 작고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대신 민살풀이춤의 여성 명무 장금도 선생이 나온다. 공연문의 (02)541-5925
오미환기자 mhoh@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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