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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수직 국내박사 할당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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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수직 국내박사 할당제를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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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처음 개교한 곳은 일제에 의해 설립된 경성제국대학(현재의 서울대)이다. 1926년 개교 당시의 학생수가 불과 150명이었다고 하니, 300만명이 넘는 오늘날의 대학생 수를 비교하면 그동안 대학이 얼마나 양적인 팽창을 거듭해 왔는지 체감할 수 있다. 4년제 대학 200여 개, 2년제 대학 160여 개, 미국보다 대학생 수가 많은 나라, 인구 1,000명당 학생수 세계 1위 등 우리의 대학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실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이 양적인 성장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 부끄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최근 국내의 대학들은 경쟁력 제고라는 기치를 내걸고 여러 분야의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은 이제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바뀌어진 모습을 곳곳에서 감지하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도 좀더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해외유학의 열병은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한해만 따져도 유학생수가 무려 40여만 명에 이르고, 이들의 유학비용으로 일년 동안 52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이 외국으로 빠져 나갔다고 한다.

이러한 유학 붐이 개인의 학문적 성취감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외국으로 나가 공부하고 돌아오도록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본질적 회의를 갖게 만든다. 또한 우수 학생들이 대거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전반적인 학력저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은 이제 거의 일상화해버린 느낌이 들 정도다.

더욱이 본격적으로 심화 연구를 책임져야 할 한국의 대학원 실태는 정말 심각한 지경에 놓여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원 붕괴의 조짐이 보이더니 이제는 전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돼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인재들에 대해 사회적 배려가 충분치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국내박사보다는 외국박사를 선호하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몃르면 현재 국내대학의 교수 가운데 해외박사는 40.1%나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교수로 임용되는 박사소지자들 중에서 국내박사의 비율은 더욱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장 필자부터도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해외유학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자신의 교육체계를 부정하는 우스꽝스러운 자기 모순 속에서 제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전혀 없는가. 당연히 있다. 더 이상 우리가 배출한 국내 박사들을 홀대하지 말고 할당제를 도입해서라도 그들을 교수로 뽑으면 된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부터 학부 학생을 뽑으면서 지역균형 선발제를 도입해 지방학생들을 다양하게 선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많은 대학들이 여교수 채용 할당제를 도입하여 교수 성비의 불균형을 줄여가는 성공사례도 있다.

이젠 국내박사 할당제를 도입할 시기이다. 아니 이미 너무 늦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들에게 학문적 동기부여를 해 주고 학문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대학은 점점 자기 정체성을 잃고 수년 내에 개점휴업하는 최악의 상태가 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성동규 중앙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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