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을 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방자치단체를 논의 과정에 안 끼워주면 어떡합니까?"
요즘 서울시 재무국 실무자들은 잔뜩 성이 나 있다. 청와대가 국세 지방세 조정 등을 포함한 세금 체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며 대통령 직속의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 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달 중 재경부, 행자부, 국세청 등 정부관계자와 재계, 시민단체, 노동계 대표 등 20~50인 규모로 조세특위를 발족할 계획이다. 특위는 법에 면세규정이 없는 한 모든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 교통세와 특별소비세의 통합 등 세목의 통·폐합 및 국세·지방세의 조정 등 조세행정의 모든 것을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대공사를 하면서 지자체는 참여 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자부가 지자체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하면 된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행자부가 세제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지자체까지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며 "지자체는 필요하면 행자부를 통해 의견제시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이 관계자는"세제 개편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나 경기도를 포함시키면 논의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고 털어놓았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나 경기도는 세제 개편의 ‘희생양’이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들이 강하게 반대하면 일이 엉뚱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
당연히 서울시는 반발한다.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행자부는 세제 관련 법률만 제출할 뿐 집행 등 실제 업무는 지자체가 다 한다"며 "특히 지자체의 밥줄인 지방세의 세원을 바꾸는 논의에 지자체를 빼 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도입 때도 의사결정권도 없는 6급 직원을 불러 지자체와 협의했다고 했다"며 "내부에서는 행정도시 이전 문제 등을 놓고 중앙정부 일에 반대한다고 미운 털이 박혀 그런 것 아니냐는 원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현재 정부 안대로 특위가 발족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후속 대응방안을 놓고 수위를 조절중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