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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다 봤다/ 찜질방·사우나·헬스장 탈의실 등 CCTV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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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다 봤다/ 찜질방·사우나·헬스장 탈의실 등 CCTV에 노출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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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29·여)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찜질방 탈의실에서 옷을 벗던 중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곧바로 주인에게 항의했지만 "도난방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관할 구청과 경찰서까지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단속권한이 없다" "담당 기관이 아니다"라며 외면했다. 이씨는 "사전 고지도 없이 촬영한다는 게 이해가 안될뿐더러 촬영장면이 외부로 유출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골목길에서부터 관공서 주차장까지 곳곳에 설치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CCTV가 이제는 찜질방 대중목욕탕 사우나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탈의실까지 파고들고 우리의 알몸을 엿보고 있다.

범죄예방과 사고 발생시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단서 제공 등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설치기준이나 관리기준 등 기본적인 법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깊숙한 곳에까지 설치돼 사생활 침해와 범죄 악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찜질방은 전국 1,600여곳 중 80%가량인 1,200여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대중목욕탕 사우나 헬스장 등의 설치율은 전체업소의 20% 정도에 이른다. 이들 업소의 주인이나 직원은 CCTV를 관리하면서 모니터를 통해 탈의실 전체를 감시하고 있다.

도난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경찰 입회하에 촬영장면을 다시 검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CCTV로 촬영한다고 고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밀한 부분까지 업주와 직원들에게 드러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사적인 부분이 외부에 유출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미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찜질방 탈의실 몰카’ 등의 제목으로 이용객들의 탈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촬영된 동영상 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CCTV 관계 법령에는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민간 시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전남 순천지역에서 최근 시민들이 집단으로 시청을 찾아가 찜질방 탈의실의 CCTV 설치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지만 단속근거가 없어 시정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CCTV의 긍정적인 면은 이미 증명돼 있어 법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업주가 희망할 경우 설치를 금지케 하거나 모니터를 통한 감시를 막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사우나 불가마 중앙회 송하F영 사무총장은 "국가기관에서 설치 안내문을 통일해 정한 뒤 업주들이 이를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거나 CCTV 관리책임자를 해당 관청에 신고해 별도로 관리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 민간업소 보안이유 설치 외국선 공익부합때만 허용

민간업소가 보안을 이유로 CCTV를 설치, 개인의 알몸을 촬영할 경우 국내법상 촬영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다만 촬영한 장면을 유포할 경우 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촬영 자체를 범죄로 보고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영국은 1998년 개정된 정보보호법에서 CCTV 촬영 내용을 개인정보로 판단, 설치와 운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범죄예방 및 검거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며 설치 사실은 정보 보호감독관에게 통지해야 한다.

또 반드시 CCTV로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당 장소에 표시해야 하며 이 표시에는 설치 및 관리책임자, 설치목적, 연락처가 기재돼 있어야 한다.

덴마크는 2002년 2월 비디오 감시 금지법을 개정해 개인이나 민간단체의 공공장소 비디오 감시를 금지하고 있으며, 스웨덴도 우체국 은행 등 설치가 불가피한 공공기관을 제외하곤 국가행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설치토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공공장소에서 통지 없이 이뤄지는 모든 촬영은 범죄행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agad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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