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어린이 성 학대 재판에서 인면수심이란 말로도 모자란 반 인륜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판에선 프랑스의 중소도시 앙제의 빈민가에 사는 어른 66명(남자 39명·여자 27명)이 생후 6개월에서 14살까지 45명의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성학대한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됐다.
어린이들의 증언은 프랑스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피고인 가운데 30명은 자신의 자식을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어떤 이들은 담배 몇 갑이나 술, 식료품을 받고 다른 어른이 자식을 성폭행하도록 허용했고, 나이트클럽에 놀러 갈 푼돈을 얻으려고 자식을 팔아 넘기기도 했다. 자동차 타이어를 사려고 매춘을 시키기도 했고, 집단 성폭행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할아버지 부모 친척 이웃 부모의 친구에게 잇따라 피해를 입은 어린이도 있었다. 한 소녀는 45명의 어른에게 능욕당했다. 자식으로 '어린이 매춘업'을 한 부모도 10쌍. 변호인들조차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할 말을 잃었다. 판사나 배심원들은 분노가 폭발, 공정성을 잃을까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다.
검찰의 증거자료는 2만5,000장. 225명이 증인과 51명의 변호사가 나서며 기소장을 읽는 데만 이틀이 걸릴 예정. 검찰은 "온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더 끔찍한 사례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 극빈층 복지의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준다. 한 변호사는 "제3세계보다 못한 제4세계의 문제"라고 개탄했다.
더욱이 앙제 교외 생 레나르의 시영 영세민아파트에선 어린이 성폭행이 유전되는 풍토병과 같았다. 피고인 상당수도 어렸을 때 부모와 이웃 어른에게 폭행당했다. 이들은 사회복지에 의존하는 극빈층으로, 대부분 실업자이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 대물림 되는 빈곤과 무지 속에 성폭행이 별 죄의식 없이 저질러져 온 것이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피고인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복지기관이나 경찰은 성폭행 사건에 대해 한 번도 보고가 없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한 피해 소녀는 1년 내내 수업시간에 자위를 했지만, 교사들은 무시했다. 따라서 변호인단은 "몇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면서 "프랑스와 병든 복지제도가 피고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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