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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홍혜경 국내 첫 오페라 '라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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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홍혜경 국내 첫 오페라 '라보엠'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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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라보엠’ 만큼 사랑받는 오페라도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음악과 감탄스러울 만큼 꼭 들어맞는 드라마가 맞물려 있어 보는 동안 절로 빠져들게 되는 작품이다. 19세기 파리, 가난하지만 낭만적인 젊은 보헤미안들의 삶과 사랑은 빛나는 청춘의 한때를 눈부시게 노래한다. 여주인공 미미가 죽어서 슬프기는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20년 넘게 주역으로 군림해온 소프라노 홍혜경의 국내 첫 오페라로 관심이 집중된 ‘라보엠’의 3일 개막 공연을 본 소감이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홍혜경은 "오페라 가수는 배우" 라고 강조하며 "노래 뿐 아니라 연기도 잘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배우 뺨치는 연기를 보였다. 노래의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것 같았는데도, 1막의 ‘내 이름은 미미’나 2막에서 로돌포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그의 노래는 일순 숨이 멎는 듯 황홀했다.

홍혜경 뿐 아니라 상대역 테너인 로돌포 역의 리처드 리치, 이 가난뱅이 시인의 친구들인 화가 마르첼로(노대산), 음악가 쇼나르(사뮤엘 윤), 철학자 콜리네(임철민), 마르첼로의 화끈하고 변덕스런 애인 뮤제타(횡후령)까지 다들 탄탄한 기량을 보였다. 특히 서정적이면서 맑은 음색과 힘을 지닌 리치의 노래는 젊은 시인 로돌포에 아주 잘 맞았다.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한 줄리어스 루델(83)은 오페라의 백전노장다웠다. 더러 가수들의 노래와 템포가 맞지 않았지만, 우아하고 노련했다.

이번 공연은 영국 연출가 존 코플리가 만들어 31년 전 런던의 코벤트가든에 처음 올렸던 프로덕션이다.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낡은 느낌이 없다. 음악과 드라마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섬세하고 빈틈없는 연출은,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진짜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그 자연스러움과 정교함은 이 프로덕션이 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이번 공연은 주역을 더블캐스팅했다. 역시 대단한 기량을 자랑하는 소프라노 김향란과 테너 이응진의 또 한 팀은 오늘(5일) 저녁 첫 공연을 한다. 또다른 미미와 로돌포가 그려낼 젊음의 초상이 궁금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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