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개최하기로 했던 최고인민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갑자기 연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 있는 대의원들의 제의에 따라 3월9일 소집하게 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회의를 연기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회의 날짜는 따로 결정해 공시한다"고 덧붙였지만 연기 사유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1948년 8월 1기 1차회의가 열린 이래 1년에 1~2차례 개최되는 북한 내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전년도 예산을 결산하고 새로운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는 권한과 함께 주요 기관의 간부 선출권, 법안 제정권 등을 갖고 있다. 또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대내외정책의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헌법 수정권한도 보유해 형식상으로는 국가 최고의 정책결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도 매년 꼬박꼬박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왔다. 북한은 2003년 8월 11기 대의원 선거를 실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687명을 임기 5년의 대의원으로 뽑았다. 같은 해 9월 11기 1차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내각 총리 등의 국가기관 간부도 새로 선출했고, 지난해 3월 열린 11기 2차회의에서는 예산안을 확정했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11기 3차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했고 관측통들은 예산과 핵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을 다루는 의례적인 회의가 될 것으로 예측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회의를 급작스레 연기하는 바람에 연기 사유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제일 먼저 거론되는 연기 사유는 북한 내부 정비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각과 당의 체제 정비에 주력하고 있고 각종 법령 제·개정을 통해 사회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이 같은 정비작업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리가 끝나지 않는 등 기술적 문제 때문에 회의가 연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또 최근 북한 핵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이 같은 정세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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