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 중진 의원들이 어제 ‘민주주의 증진법안’(Advanced Democracy Act of 2005)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세계 민주주의 증진이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전제 아래 비민주적 국가에 주재하는 미 공관에 인권 담당관을 파견, 민주화 운동을 지원·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기 취임사와 국정연설에서 밝힌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외교정책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는 보편타당한 제도라는 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노력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 전통과 특수 사정이 있는데 미국적 기준의 민주주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다.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한 세계전략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가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공 등 관련국들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주권에도 앞선다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워 국가간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특히 미국의 민주주의 증진 법안이 북핵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전제로 미국에 자신들을 폭정의 잔존국가로 지목한 것에 대한 설명 등 성의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 증진법안이 미국의 성의표시는커녕, 한술 더 뜬 것으로 북한에 비친다면 6자회담 재개는 힘들어진다. 그러나 민주주의 증진법안의 대상국가가 미국 공관이 있는 비민주 국가로 북한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내거는 명분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핵 문제를 실리적으로 해결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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