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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리아후 인발 지휘 베를린심포니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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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리아후 인발 지휘 베를린심포니 연주회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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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말러리안, 엘리아후 인발은 과연 진보하는 지휘자였다. 3일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펼쳐진 말러 교향곡 5번은 20년 전에 녹음된 CD 연주와 비교해볼 때 더욱 투명한 구조와 견고한 사운드 그리고 명쾌한 해석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곡의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부터 일체 떨림이 없는 깨끗하게 정제된 톤이었고, 통상적으로 무거운 발걸음에 흐느끼듯 연주되었던 바이올린의 노래는 담담함 그 자체가 아닌가. 20세기 중반에 말러 붐을 주도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말러의 악보를 대본 삼아 과장된 희로애락을 연출하였다면 인발은 무표정한 연기를 통해 오히려 청중의 상상력을 부추겼다. 두 지휘자 모두 유대인이지만 스타일은 서로 반대편의 꼭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인발은 말러의 음악에서 휘몰아치는 에고에 감동했던 과거의 세대보다는 말러의 다양한 기법에 감탄하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 지휘하는 듯 했다. 한숨에 질주한 2악장, 최신의 경향처럼 쾌적한 속도로 연주된 ‘아다지에토’ 모두 이러한 관점이 견지된 것이며, 피날레는 찬란한 금관과 화려한 마무리로 말끔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이러한 해석은 자칫 메마르고 위선적이란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지만 여기에 적절히 무게중심을 잡아준 것은 악단의 탁월한 명인기였다.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전통적인 건실한 사운드에 명민함을 겸비하여 인발의 열정적인 맨손 지휘에 잘 반응하였다. 힘차고도 정확한 활놀림을 보여준 현 파트는 독일 악단의 높은 기본기를 웅변하고 있었으며 관악에서는 특히 트롬본 파트가 뛰어났다. 작년 가을, 같은 레퍼토리를 영감 없고 진부하게 들려준 마젤-뉴욕 필하모닉과는 완전히 다른 경지라 할 수 있다. 다만 호른 파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에 ‘헝가리 무곡 5번’이란 어울리지 않는 앙코르곡으로 보답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김문경/음악 칼럼니스트, ’구스타프 말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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