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간 백구 코트를 휘어잡아 온 ‘무적함대’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출범이후 ‘지존’ 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겨울리그 8연패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며 77연승의 대기록도 세운 최강팀. 하지만 지난달 20일 프로배구 V리그의 뚜껑이 열리면서 ‘지존’에 걸맞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연거푸 노출, 올시즌 삼성화재의 권좌 유지 여부가 코트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3일 현재 삼성화재는 5승1패로 맞수 현대캐피탈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약팀에 혼쭐이 나며 진땀승을 거두는 등 ‘지존’의 위상이 추락한 상태. 개막전에서 2-0으로 앞서다 현대캐피탈의 막판 공세에 역전패를 당했던 삼성화재는 다음날 한전과의 경기에서도 전날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첫 세트를 내준 끝에 3-1로 힘겹게 역전승했다. 3일 재대결에서도 2-0으로 앞서가다 2세트나 추격을 허용, 3-2로 간신히 이겼다. 1일 LG화재에 3-2 진땀 나는 역전승을 거둔 것도 신치용 감독의 시름을 깊게 한다. LG화재에 98년 이후 6년 여간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자존심 상하는 일.
시즌 전 삼성화재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베테랑 3인방 신진식, 김세진, 김상우의 파워가 크게 떨어지고 팀의 공수 조율을 책임져온 살림꾼 석진욱의 부상까지 겹친 탓에 파괴력이 예년 보다 떨어져서다. 반면 상대팀들의 전력 보강도 한 몫 거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해 김호철 감독의 부임 후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근성과 뒷심, 체력을 길렀고 박철우 등 신진들의 기량도 급성장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경기운영위원은 "프로 출범이후 선수들의 승부근성이 강해졌다"며 "어쨌든 늘 이길 팀이 이긴다는 공식이 깨져버린 것 같아 앞으로 매 경기의 재미가 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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