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 행정기능 중심의 신도시 건설 계획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달 여야가 법안에 합의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소모적 논란이나 정쟁에 매달리기보다는 모처럼의 합의가 빛을 잃지 않고, 처음 행정수도 건설의 명분으로 내걸린 국토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이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실행 과정에서 국민적 지혜를 모으기를 바랐다.
합의안이 바람직한 내용을 담았다거나 논의 과정이 적절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애초의 행정수도 건설논의가 정략적 고려에서 비롯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지자체의 이해와 지역감정까지 뒤섞여 국론 분열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무성했다. 최선, 아니 차선책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면 최악만이라도 피해야 했다.
실제로 특별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행정 신도시 건설은 난관이 첩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특별법에 대한 반발쪽으로 기울어 있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우회하려는 데 급급했던 나머지 가장 중요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옮겨 갈 정부기관을 결정하는 기준이 애매한 것도 사실이고, '수도 분의?'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다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착공 시기 논란을 달굴 것이고, 토지보상 등도 순탄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난관은 국책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떤 원칙과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를 환기시킨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논란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어쩌면 이미 상당한 행정 기능을 갖춘 대전에서 가까운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신도시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수도 기능의 지나친 분할 이전이 정말 문제라면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 찬반 어느쪽이든 가변성이 불변의 이치임을 믿고 이제는 목소리를 낮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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