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의 식민지배를 벗어난 이래 25년간 무가베 대통령 일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암담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최근 런던에서 저명한 망명 언론인 윌프 음방가(58)씨가 반체제 주간신문을 창간,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4페이지 타블로이드판 ‘짐바브웨언(The Zimbabwean)’ 첫 호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각)부터 런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동시 발행됐다.
"짐바브웨 정부는 2003년 새 미디어법을 제정, 독립적인 언론매체의 취재활동에 재갈을 물리는 등 갈수록 탄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매체가 미디어정보위원회(MIC)의 등록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가 발급하는 기자증 없이 기사를 쓰면 2년간 감옥에 가야 합니다. 국민들은 집권 자누(ZANU)-PF당의 선전에 매일 현혹되고 있습니다." 음방가씨는 외신들과의 회견에서 "짐바브웨 인구의 4분의 1이 고국을 떠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을 포함한 모든 짐바브웨인들에게 고국의 실상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신문발행의 목적"이라고 분명히 했다.
신문은 이달 말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된 고국의 정치상황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영국 이민법 대처방법이나 아프리카 예술, 스포츠 뉴스도 전한다. 신문은 영국 사우스햄튼의 그의 아파트에서 아내 트리쉬의 도움으로 제작된다. 비용은 네덜란드 비정부기구(NGO)의 후원과 전 세계에서 답지하는 동포들의 성금으로 충당한다. "부엌을 신문편집실로 개조했습니다. 고국에 있는 12명을 포함해 62명의 짐바브웨 기자들이 무보수로 기사를 전송합니다. 고국에서 날아오는 기사는 신변보호를 위해 바이라인을 없애거나 가명으로 처리하지요. 정부기관지 기자도 익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간호는 남아공에서 2만부, 런던에서 3만부를 발행했지만 수십만 부까지 규모를 키우는 것이 꿈이다. 물론 가장 큰 소망은 고국에서 국민들이 이 신문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방가씨는 36년간 인권과 자유언론을 위해 싸워온 투사다. 첫번째 대상은 영국의 식민지정부였고 이후에는 부패한 무가베의 독재정권이었다. 무가베 대통령은 한때 독립운동의 동지였으나 90년대에 이르러 완전히 서로가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됐다. 당국은 그가 창간한 짐바브웨 최대 일간지 ‘더 데일리 뉴스(The Daily News)’를 2003년 끝내 폐간시켰다. 끊임없는 암살위협과 도청에 시달리던 음방가씨는 그 해 11월 네덜란드가 망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간신히 사지를 벗어났다.
"짐바브웨 농민사회에는 ‘쿠바타나(서로 뭉치고 돕는)’라는 풍습이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이 정신때문이지요. 이 어려운 시기에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은 미래의 짐바브웨 역사가 인정해 줄 겁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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