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젠화(董建華·67) 홍콩 행정장관은 12일 퇴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둥 장관이 참석한 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폐막일인 이날 퇴임을 선언하는 방안을 중국과 홍콩 당국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둥 장관이 사표를 청구, 중앙정부가 두세 번 만류했으나 그의 의지가 강경했다"고 말했다.
둥 장관의 조기퇴진에 대해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실용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도했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가두시위로 둥 장관을 불신한 홍콩인들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홍콩뿐 아니라 중국내 신흥도시들의 민주화 요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홍콩 시립대 조셉 쳉 정치학교수는 "중국 신흥도시들이 홍콩을 지켜보며 대규모 시위가 지도자 교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둥 장관 반대시위를 해온 홍콩 민주세력들은 둥 장관의 교체방식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둥 장관의 교체는 1국2체제인 홍콩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면서 "사람을 바꾸는게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CNN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보도했다. 둥 장관보다 더 중국정부에 고분고분한 인사가 후임에 선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홍콩은 후임 행정장관 임기가 둥 장관이 채우지 못한 2년인지, 정식 5년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임시 행정장관에는 도널드 창(曾蔭權) 홍콩 정무사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가 정식 행정장관에 오를지는 불명확하다고 CNN은 예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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