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분들을 최근 만났다. 2개월에 한번 꼴로 중국을 오가는 한 분은 중국에서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쿵쿵 뛴다고 했다. 온 나라가 개발붐이 일어 천지개벽을 하고 있는 중국이 금방 한국을 따라잡고 저만치 앞서 내달리는 미래가 너무도 빤히 보이기 때문이란다. 세계 최고수준의 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그지만 중국의 추격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중국역사를 전공하는 한 교수는 중국을 다녀와서 "이렇게 가다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사람들의 발을 마사지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털어놨다.
유별난 반응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을 드나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의 급부상과 추격을 목격하고 받는 공통적인 충격이다. 뒤따르는 공통적인 우려는 우리 지도자나 정치인, 고위 관리들은 중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태평스러운 것 같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도이체방크는 2020년까지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중국과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2~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오데드 센칼 교수는 ‘중국의 세기’라는 저서에서 "중국의 부상은 분수령이며 이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부상과 비유할 수 있다"며 "중국은 새로운 일본이 되는 것을 넘어 2020~2025년 사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세기 후반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이 미국의 부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실을 예로 들며 중국의 부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질주는 현실이다. 이미 중국은 5대 기본소비재 중 유류를 제외한 곡물 육류 석탄 철강 소비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TV 냉장고 휴대폰의 소비도 미국을 앞섰고 비료는 미국의 2배나 소비하고 있다. 소비에서 뿐만 아니라 성장면에서도 양에서 질로 전환 중이다. 중국 상무부가 해외투자지침에 인수할만한 각국 기업의 목록을 제시하기까지 하며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 제조, 화학공업원료 제조, 통신설비, 컴퓨터, 기타 전자제품 제조 등이 인수대상 후보로 올라 있다. 상무부는 이들 업종의 기업을 인수할 경우 국영은행이 인수대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는데 바로 해외 우수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중국의 기술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이겠다는 속셈이다. 쌍용자동차와 하이닉스의 TFD-LCD부문인 하이디스 등 국내기업을 인수한 것은 한 예일 뿐이다.
그러나 ‘승천’을 위한 중국의 용트림을 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은 한 강연에서 "반도체 특히 메모리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값싸게는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가 20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브랜드가치와 디자인 등은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올해 휴대전화단말기 2억6,000만대를 생산, 1억6,000만대는 수출해 세계시장에서의 자국산 제품비율을 40%로 끌어올리고 국내총생산(GDP) 11조8,261억위안 중 28%인 3조4,000억위안을 IT분야에서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을 보고도 자신감을 가져야 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산업자원부의 중국 기술경쟁력 분석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가전은 2010년 한국과 대등해지고 가격경쟁력은 더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우리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도 기술격차는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중국차에 추월 당하는 악몽’(1월20일자)에 이어 다시 중국의 경제개발을 주제로 다루는 것은 우리나라를 추월하려는 중국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뒤에서, 옆에서 너무 힘차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mj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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