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아라, 자연은 선하다는 노자의 주장을 비웃는 학자가 있다. ‘털없는 원숭이’의 지은이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책에서 비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물도 인간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지적한다. 야생에서는 멀쩡하던 동물이 동물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갇히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비만으로 고생하는 야생 동물이 있는지.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들이 먹이를 던져주니 애써 사냥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운동량은 줄고 하품 횟수만큼 배에 기름기가 쌓인다. 낮잠도 하품도 하루 이틀이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지루할 게 분명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 스트레스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모리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사람도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야생 동물이 갑자기 좁은 우리에 갇히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 상태를 떠나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라는 ‘인간동물원’에 갇히면 낙태 살인 자살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들이 북적대는 ‘인간동물원’ 서울에 보내 교육도, 출세도 시키라는 말이겠지만 모리스의 책을 읽고 나면 이 말이 웬지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악한이 있는 반면 그만한 의인도 있는 걸 보면 과학이 전부는 아닌 듯싶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교사·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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