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분위기가 좋을 때는 다들 희희낙락하지만, 긴 세월을 두고 보면 십중팔구는 깨지는 게 주식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필자가 지난 7~8년간 줄곧 외쳐 온 바는 간단히 말해 이거다. "주식투자의 본질은 미래예측이 아니라 위험관리다. 수백만 투자자와 지혜를 겨루는 일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기업가치, 거시경제를 연구할 것이 아니고 인간의 희망과 탐욕과 공포심을 논해야 한다."
초보자는 몰라도 주식을 좀 해 본 사람은 대개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깨진 사람은 더더욱 뼈저리게 지난 실수를 애통해 하며 못난 자신을 꾸짖는다. 하지만 인간이 본시 망각의 동물이라 강의가 끝나는 그 순간 다 잊어버린다. 그래서 돌아서면 또다시 머리를 싸매고 어느 주식이 오를까 고민한다.
주가의 등락은 과연 그렇게 고민한다고 알아맞힐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를 맞혀야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그 잣대를 제공할 만한 사례가 여기 하나 있다.
나타샤라는 러시아 소녀는 우연한 기회에 인체를 투시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의사가 되는 게 꿈인 나타샤는 많은 난치병 환자들을 도왔다. 환자 몸 속의 상태를 보이는 그대로 말해 주거나 그림으로 그려 줘서 그걸 토대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초능력을 불신하는 미국 뉴욕의 한 회의론자 단체가 그녀를 초청해 시험했다. 7명의 환자를 세워놓고 이들의 병명 7개를 주며 5명 이상 맞춰 보라고 한 것이다. 성공확률 0.44%의 일을 해 내면 초능력을 인정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나타샤는 4명밖에 못 맞추고 돌아갔다. 사실 4명 이상 맞추는 것도 확률 1.8%의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그 회의론자들의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 셈이었다. 진짜로 초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그들 주장처럼 나타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하늘만이 알 일이다.
여하튼 이 기준에 따르면 주가의 등락을 10번 가운데 9번 이상 맞혀도 그건 초능력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공확률이 0.44%보다는 훨씬 높은 1.07%로, 초능력이 아닌 우연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 자신은 어떤가. 주식을 열 번 사면 몇 번이나 가격이 오르는가. 그리고 그것은 우연인가, 아니면 종목발굴에 관한 자신의 초능력(?) 덕분인가. 섣불리 우쭐대기 전에 우선 이 질문에 답부터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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